HOME  >  시사  >  월드

트럼프 “이기기 위해 싸울 것”… 아프간 적극 군사개입 선언



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새로운 아프간 전략이 ‘시간을 바탕으로 한(time-based)’ 접근법에서 ‘상황에 바탕을 둔(based on conditions)’ 접근법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핵심 방침도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이를 두고 “미국이 아프간에 장기적으로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포트마이어 기지에서 생중계된 TV연설을 통해 “아프간과 주변의 광범위한 지역이 엄청난 안보 위협에 직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제 공격할지 말하지 않겠지만 반드시 공격할 것이고, 승리하기 위해 싸울 것”이란 말로 적극적인 군사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아프간 철군에 무게를 실어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선회는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이 전통적 개입주의로 전환될 것이란 선언적 의미가 크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도 “성급한 미군 철수가 남긴 공백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를 포함한 테러리스트들이 메우게 될 것”이라며 아프간 전략 수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파병 규모나 구체적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프간 추가파병이 현실화됐다는 관측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TV연설을 앞두고 4000명 규모의 미군 추가파병안에 이미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2010년 8월 기준 최대 10만명까지 증원됐던 아프간에는 지난 3월 기준 8400명 정도의 미군 병력이 남아 현지 정부군 훈련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아프간 정부를 돕겠지만, 우리의 헌신은 ‘무제한’이 아니며 우리의 지원 역시 ‘백지수표’가 아니다”라며 “미국인들은 아프간 정부의 진정한 개혁과 진전, 결과를 기대한다”는 전제조건도 곁들였다.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에 대한 압박 강화 방침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혼란과 폭력, 테러 행위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를 향해서도 “경제원조와 개발 분야에서 우리의 전쟁을 도왔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승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아프간 개입 확대는 여전히 어두운 전망 속에 머물러 있다. 아프간전은 9·11테러 이후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이 테러 배후인 알카에다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미국이 2001년 10월 7일 아프간을 침공하며 시작됐다. 올해로 16년째 접어든 아프간전은 미국이 가장 오랫동안 발목 잡혀 있는 전쟁으로 남아 있다.

그동안 숱한 인적 희생을 치르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여전히 전황은 불리하고, 종전에 대한 전망마저 불투명하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지금까지 2371명의 병력을 잃었고 약 8000억 달러(약 908조원)의 전쟁 비용을 쏟아부었다. 전역한 상이용사 보훈 비용까지 포함하면 전체 비용은 1조 달러(약 1135조원)를 넘어선다. 가장 비싼 전쟁인 셈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아프간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는 이대로 철군하면 아프간이 2001년 당시처럼 다시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해방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라크에서 미군 철군을 서두른 것이 결과적으로 IS의 확장을 불러왔던 시행착오가 아프간에서 값비싼 학습효과를 발동시켰다. 탈레반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아프간 국토의 약 36.6%를 장악하고 있는 등 그동안 미군이 주둔 병력을 감축하는 사이 점령지를 계속 넓혀 왔다.

근래에는 중동에서 근거지를 잃은 IS도 같은 수니파인 탈레반과 손잡고 아프간에서 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최근 유엔 아프간지원단은 탈레반과 IS 대원들이 이달 초 아프간 사리풀주 미르자왈랑에서 점령지를 탈출하려던 다수의 현지 주민들을 학살한 사실을 확인했다.

마이클 쿠겔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남아시아 수석연구원은 미국 CNN방송에 “트럼프 대통령도 아프간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탈레반을 평화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야 하지만 지금 상황은 탈레반에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글=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