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재에 나서면서 두 나라가 한 발 물러섬 없는 외교 전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 주재 미국 외교관 수를 대폭 줄이도록 요구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국이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키로 했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내 모든 미국 공관에서 러시아인에 대한 비(非)이민비자 발급 업무를 23일부터 일제히 중단한다”면서 “러시아 정부가 우리 외교관 수를 줄이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공지했다.
비자 발급 업무는 다음 달 1일부터 모스크바 대사관에서만 재개된다. 이에 따라 러시아인이 관광, 유학, 사업차 미국을 방문하기가 매우 불편해질 전망이다. 특히 수도 모스크바에서 먼 극동지역에선 비자를 발급받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 같은 처사는 러시아 국민들이 (미국에 러시아 주재 외교관 수를 줄이라고 요구한) 우리 정부에 분노하게 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조치에 맞서듯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나톨리 안토노프 외무차관을 미국 주재 대사로 공식 임명했다. 1978년 러시아 외무부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안토노프는 국방부 차관 등을 거친 군사 전략가로 ‘대미 강경파’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서방이 국방 예산을 증액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위기를 부추겼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핵 전문가인 안토노프는 매너가 좋고 부드럽게 말하는 스타일이지만 호전적이기도 하다”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는 더욱 험로를 걷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美-러 외교전쟁 점입가경… 상대국 조치에 거침 없는 ‘맞불’
입력 : 2017-08-22 19: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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