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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美서 확산되는 ‘공존론’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한·미 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이틀 앞둔 지난 19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 '밤잠 설치게 된 미국인들, 비용은 또 얼마나 들까'라는 제목의 영상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이 날아가는 모습(위 사진)과 괌을 타격할 수 있다는 위협을 담고 있다. 유튜브 캡처


“북한의 핵무장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핵을 가진 북한과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 미국의 유력 매체들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고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보도와 의견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없고, 이를 물리적으로 제거할 군사옵션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핵을 보유한 북한과 함께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NYT는 21일(현지시간) ‘한국이 직면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백악관이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국은 점점 핵무장한 북한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결론에 다가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해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자체 핵무장론도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에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김정은은 예측불가능한 인물이어서 ‘고전적인 억제이론’(전세가 불리하면 도발을 억제할 것이란 논리)을 북한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주장이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사고는 자칫 전쟁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NYT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침략을 막기 위해 위협 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전쟁) 가능성을 언급할수록 한국인들은 “미국이 자국의 안보만 신경 쓴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에게 “수천명이 죽어도 저쪽(한반도)에서 죽지, 이쪽(미국)에서 죽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 내에서 미국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커졌다고 전했다.

외교안보 분야 유명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안델만도 CNN 홈페이지 기고문에서 “북한은 핵을 갖게 될 것이고 이제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델만은 “북한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군사행동도 할 수 없다면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전략을 수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 간에 통용된 이 전략은 핵보유국끼리는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에 기반한다. 한 나라가 선제 핵공격을 받아도 핵으로 보복하면 상호파괴가 확증되기 때문에 양쪽이 다 상대를 건드리지 않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안델만은 대신 미국은 북한의 핵이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비확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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