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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소록도 찾아간 ‘짜장면’

사랑의 짜장차 오종현 대표(오른쪽)와 박종례 총무가 지난달 22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찾아 면을 뽑고 있다. 오 대표는 “밀가루에 일절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고 했다.
 
사랑의 짜장차 서연화 팀장(왼쪽)과 김재천 경주단장이 지난달 22일 소록도에서 짜장소스를 만들고 있다. 짜장소스에는 돼지고기, 감자, 양파, 양배추 등의 재료가 아낌없이 들어간다.
 
강순례 사랑의 짜장차 인천단장이 지난달 19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에서 짜장면을 배달하고 있다(위 사진). 지난달 22일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 환자가 짜장면을 먹고 있다.
 
오종현 대표가 사랑의 짜장차에서 땀을 닦고 있다. 한여름, 선풍기 한 대 없는 짜장차에서의 조리는 힘든 작업이다.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일할 수밖에 없다(왼쪽 사진). 지난달 19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에서 수해 자원봉사를 나온 시민들이 짜장면을 먹고 있다.
 
지난달 22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사랑의 짜장차 봉사단원들이 밝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모인 10여명은 1000여명 분의 짜장면을 만들었다.


“오늘이 소록도에서 제일 더운 날이래요.”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달 22일. 뜨겁게 달궈진 솥 앞에서 ‘사랑의 짜장차’ 오종현(43) 대표가 한 번 더 이마의 땀을 훔쳤다. ‘촤아∼’ 노련하게 돼지고기를 볶던 오 대표는 양파 양배추 감자 등 채소를 넣고 한 번 더 섞어줬다. 곧이어 춘장이 더해지자 금세 침샘을 자극하는 짜장 소스가 완성됐다. 달콤한 향이 이른 아침 전남 고흥군 소록도로 퍼져 나갔다. 몇몇 주민들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사랑의 짜장차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날 소록도 주민들에게 대접하기로 한 짜장면은 평소의 2배인 1000그릇. 흥을 돋우는 트로트 가락에 맞춰 짜장면을 만드는 손길이 분주해졌다. 사랑의 짜장차에서 만드는 짜장면은 기능강화제 등 첨가물을 넣지 않아 시간이 지연되면 면이 쉽게 불어버린다. 갓 완성된 짜장면은 봉사단원들의 도움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국립소록도병원 환자들과 주민들에게 직접 배달됐다. 소록도 주민 김상현(가명)씨는 “짜장면을 먹으려면 멀리 나가야 해서 자주 못 먹었는데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다”며 밝게 웃었다.

사랑의 짜장차는 2014년부터 시작된 짜장면 무료 나눔 모임이다. 온라인을 통해 만남을 이어오던 이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한 게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짜장면을 선택한 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 오 대표는 “처음에는 짜장면을 만드는 법을 아무도 몰라서 중국집에서 소스를 사왔다. 하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대량구매가 쉽지 않아 직접 만들기로 했다”며 “인터넷을 뒤져 가며 요리법을 배워 지금은 짜장면 박사가 다 됐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평소에는 꽃 배달을 하며 봉사 모임을 이끌고 있다.

사랑의 짜장차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지난달 19일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를 본 충북 청주시를 예정 없이 찾아가 따뜻한 한 끼를 대접했다. 서원구에 사는 이모씨는 “가재도구가 물에 젖어 밥 해먹는 게 걱정이었는데 짜장면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무척 맛있다”고 말했다.

짜장차는 1,2호차 두 대로 운영된다. 한 달에 20여회,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1만 그릇의 짜장면을 만든다. 운영비는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현재 800여명의 회원이 매달 1만원씩을 내고 있다. 이들의 1차 목표는 회원을 1004명까지 늘리는 것이다. 사랑의 짜장차 김후남 회장은 “아침부터 시작되는 봉사가 고되기는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맛있게 짜장면을 먹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싹 풀린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3호차를 동남아시아에서 운영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고흥·청주=사진·글 김지훈 기자 d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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