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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말폭탄 잠잠해도 美증시 비실 왜… “트럼프 입이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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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주의를 옹호하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후폭풍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북·미 긴장감 완화에도 주간 기준 2주째 하락세다. 코스피지수는 ‘8월 수출 증가’ 등 호재 출현에도 내리막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설화(舌禍)가 글로벌 경제의 기초체력을 흔들 이슈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현재까지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트럼프 노믹스’의 친(親)기업정책 기대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스피지수는 21일 3.37포인트(0.14%) 하락한 2355.00에 장을 마쳤다. 불확실성에 웅크린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도 연일 돈을 빼가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212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최근 2주 사이 1조800억여원을 코스피에서 빼갔다. 관세청은 지난 1∼20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대외 리스크를 완전히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유안타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는 완화됐지만 미국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단기 리스크 상승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3원 내리는 등 달러 가치도 떨어졌다. 이날 독일·영국·프랑스 등 주요 유럽 증시도 장 초반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주 대북 긴장감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건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주의 옹호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 시위의 유혈사태를 두고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고 15일 발언했다. 이 여파로 백악관 경제자문단이 잇달아 해체되는 등 전통적 우군이었던 기업인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 17일 1%대 급락했고, 공포지수인 변동성지수(VIX)가 33% 급등하기도 했다.

뉴욕 증시가 상승장과 하락장의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다수의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대선 이후 나타났던 무차별적 낙관론이 증발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년간 이어져온 뉴욕 증시의 상승랠리가 끝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달 30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정책 불확실성으로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2013년처럼 미국 연방정부 일시 폐쇄 우려도 있다.

다만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견고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길어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 18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해임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키움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향후 정책과 관련된 트럼프의 발언에 주목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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