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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첨단 이지스함, 또 충돌 사고 ‘망신살’

미국 존 S 매케인함이 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동쪽 해상에서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과 부딪혀 측면이 함몰돼 있다. AP뉴시스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존 S 매케인함(DDG-56)이 21일 오전 싱가포르 동쪽 말라카 해협에서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과 충돌했다. 이지스 구축함이 상선과 충돌사고를 일으킨 것은 지난 6월 제7함대 소속 피츠제럴드함이 일본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선적 컨테이너선과 충돌한 이후 두 번째다. 최첨단 레이더 장비와 엄격히 훈련된 해군 병력을 갖춘 미 해군의 구축함이 잇따라 상선과 충돌 사고를 일으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해군 7함대는 성명을 내고 매케인함이 싱가포르 항구로 향하던 중 오전 5시24분(현지시간)쯤 라이베리아 선적 3만t급 유조선 ‘알닉 MC’와 충돌해 좌현 선미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사고로 승조원 10명이 실종됐고 5명이 부상했다. 함정에는 330명 이상이 탑승하고 있었다. 함정은 사고 이후 자체 동력으로 싱가포르로 이동했다.

유조선은 1만2000t의 석유를 싣고 동남아시아에서 오던 중이었다. 유조선에선 사상자가 없었으며, 선체가 일부 파손됐지만 기름은 유출되지 않았다.

8300t급 매케인함은 미 해군의 주력 전투함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이다. 1994년 취역했으며 해군 제독 출신인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조부와 부친의 이름을 땄다.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독자적인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이지스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전투선단 호송, 해상 화력 지원 등을 수행하며 대잠·대함·대공 공격과 방어가 가능하다.

이번 충돌 사고는 승조원들이 모두 기상해 근무 중인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변에 접근하는 적기나 함정, 잠수함을 감시, 공격하는 게 주임무인 데도 큰 상선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근무를 소홀히 했거나 감시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요코스카에 모항을 둔 미 7함대 소속 함정이 사고를 낸 것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4번째다. 지난 1월에는 미사일 순양함인 앤티텀이 일본 도쿄만에서 좌초해 선체가 파손됐고, 5월에는 순양함인 레이크 채플레인(CG-57)이 한반도 인근에서 작전 중에 소형 어선과 충돌했다. 그리고 6월 피츠제럴드함은 일본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선적의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승무원 7명이 숨지고 함정에 큰 손상을 입었다.

미 해군작전사령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피츠제럴드함 예비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함장을 포함해 3명을 면직하겠다고 밝혔다. 정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지휘관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사실상 사고의 과실이 피츠제럴드함에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피츠제럴드함에 이어 이번 매케인함의 손상으로 7함대의 탄도미사일 방어(BMD)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될 전망이다. 7함대는 매케인함을 포함해 BMD 방어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 6척을 보유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공세수위를 높인 것도 BMD 능력을 갖춘 이들 함정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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