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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고 히말라야 4130m… 기행 같은 여행, 편견을 깨다

한복을 입고 세계여행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 권미루씨. 그는 “해외여행을 주로 다녔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복 차림으로 국내도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푸른향기 제공




이것은 여행이 아니라 기행(奇行)이라고 생각했다. 30대 여성이 한복을 입고 세계여행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니 그야말로 기이한 스토리 아닌가.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복 여행가’라 불리기 원하는 권미루(37)씨다. 그는 최근 자신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정리한 책 ‘한복, 여행하다’(푸른향기·표지)를 펴냈는데, 서문에는 기행 같은 여행을 벌이는 이유가 적혀 있다.

“어느 날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한복만 입고 여행할 수 있을까? 한복 차림으로 히말라야에 오른다면? …한복이 나를 어디까지 이끌고 가는지, 내가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주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말렸다. 난 그들의 단단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

권씨는 한복 차림으로 2014년 2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3개국 63개 도시를 탐방했다. 책에는 여행지 가운데 이탈리아 네팔 스페인 베트남 몽골을 둘러본 여행기를 실었다. 한복을 입고 명승지 앞에서 촬영한 ‘인증 사진’ 수십 장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한복을 입고 나온 권씨를 만났다. 그는 “내 이름을 내걸고 처음 펴낸 책이다.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한복 전문서는 많지만 독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한복 관련 서적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독자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한복, 여행하다’의 백미는 해발 4130m에 달하는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등정한 여행기다. 권씨는 패딩 점퍼 대신 누비저고리를 입고 고산증에 시달리며 산을 올랐다. 세계 각지에서 온 등산객들은 그의 독특한 옷차림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권씨는 “네팔 여행은 한복을 입고 히말라야에 오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벌인, 이번 프로젝트의 상징적인 도전”이라며 “가장 힘든 여행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으면 더울 땐 더 덥고, 추울 땐 더 추울 거라고 여기잖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여행을 하면서 한복의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권씨의 ‘한복 사랑’은 2013년 5월 한복 정보를 공유하는 동호회 ‘한복을 입고 참여하는 모임’에 참석하면서 시작됐다. 금세 그는 한복의 매력에 빠졌다. 권씨는 한복의 매력을 묻자 “한복을 입을 때면 내 자신이 귀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한복을 입고 사람들이 많이 안 가는 여행지를 둘러보고 싶어요. 예를 들자면 아프리카나 남극 같은 곳이요. 언젠가 저의 활동을 정리한 사진전도 열고 싶습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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