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발로… 김선빈, 손으로… 요즘 뜨거운 두 남자



■■■ 황희찬, 발로… ■■■

황희찬(21·잘츠부르크·사진)의 발은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 어느새 ‘황금발’로 불리고 있다. 최근 해외파뿐만 아니라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들 중 가장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며 빼어난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황희찬은 17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오비디우에서 열린 FC 비토룰(루마니아)과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서 시작 2분 만에 골맛을 봤다. 올 시즌 6번째 골이었다. 황희찬은 리그 경기 2골, 컵대회 1골, 챔피언스리그 예선 2골, 유로파리그 1골 등 무대를 가리지 않고 골 사냥을 하고 있다.

더욱이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달린 이란과의 러시아월드컵 예선전(8월 31일)이 코앞에 온 상황에서 공격수 황희찬의 맹활약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황희찬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신태용 감독과도 궁합이 좋은 편이다.

황희찬이 신 감독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년 전이다. 당시 신 감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설 U-22(22세 이하)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신 감독은 공격수로 황희찬을 파격 발탁했다.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2부 리그에서 활약 중이었지만 20세 이상 대표팀에서는 실력을 검증받지 못했던 때다.

황희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던 신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황희찬은 대표팀 데뷔전이었던 2015년 10월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유일한 10대 선수로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에 몸싸움 능력까지 과시하며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황희찬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을 비롯해 리우올림픽까지 신 감독과 동행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올림픽에선 2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최전방을 책임졌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는 한국은 이란전에 이어 다음 달 5일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예선 최종전에서 운명의 승부를 벌이게 된다. 대표팀 핵심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팔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만큼 현재 유럽리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황희찬의 무게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황희찬은 대표팀에서 이동국, 김신욱(이상 전북 현대) 등 베테랑들과 함께 그라운드 최전선에서 골 사냥에 나선다. 뜨거운 남자 황희찬은 이제 월드컵 본선 진출과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를 위한 핵심 카드로 부상했다. ‘신태용호의 황태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황희찬의 발 끝에 한국축구의 운명이 달려 있는 셈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 김선빈, 손으로…■■■

작은 고추가 맵다던가. 프로야구에서 '작은 거인' 김선빈(28·KIA 타이거즈·사진)이 연일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며 원년 이후 첫 4할 타자 주인공이 될 가능성 마저 높이고 있다.

김선빈은 17일 현재 타율 0.392에 4홈런, 54타점, 64득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 2위인 팀 동료 최형우(0.369)와도 2푼 이상 차이나는 독보적인 선두다. 김선빈은 전반기 타율을 0.380으로 마쳐 사상 첫 9번 타자 타격왕 꿈을 키웠다. 그런데 후반기 방망이가 더 뜨거워졌다. 후반기 타율이 0.450이다. 특히 7월 30일 발목 부상으로 약 일주일 정도 쉰 뒤 출전한 8일 넥센 히어로즈전부터 최근 7경기에선 무려 0.583의 고감도 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야말로 쳤다하면 안타가 되는 수준이다.

키 165㎝로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최단신 선수로 이름을 올렸던 김선빈은 2008년 KIA에서 데뷔한 후 줄곧 2할대 후반을 치는 선수였다. 군 입대 전인 2014년까지 가장 좋았던 게 2013년 0.300이었다. 그런데 상무에 입대해 타격에 완전히 눈을 떴다. 밀어치기 위주에서 당겨치는 법까지 배우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지난해 9월 군에서 제대한 뒤 처음 맞은 풀타임 시즌인 올해 타격에서 '거인'으로 우뚝 섰다.

김선빈은 약점이 없는 선수로 변모했다. 좌완(0.423), 우완(0.368), 언더핸드(0.465) 등 어떤 유형의 투수가 공을 던져도 거침없이 쳐 낸다. 득점권에서는 더욱 강하다. 주자가 없을 때 타율이 0.367이지만 주자가 있을 때에는 타율이 0.426까지 치솟는다. 타순도 가리지 않는다. 주로 9번으로 나왔지만 올 시즌 처음으로 1번으로 출전한 1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3안타를 때려냈다.

이에 따라 '꿈의 타율'인 4할 진입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4할 타율은 원년인 1982년 백인천(MBC 청룡)이 유일하다. 감독겸 선수였던 백인천은 그 해 0.412를 기록했다. 이후 35년 동안 많은 선수들이 4할 문턱에서 좌절했다. 팀의 레전드인 이종범이 1994년 기록한 타율 0.393이 역대 2위의 기록이다.

다만 기록경신이 결코 녹록치는 않다. 김선빈은 남은 36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타수씩 소화한다고 가정할 경우 108타수 46안타(0.426) 이상을 때려야 4할이 된다. 43안타(0.398)를 쳐야 이종범을 넘어서게 된다. 결국 후반기 김선빈의 불타는 타격감이 시즌이 끝날 때까지 유지돼야 가능한 부분이다. 많은 야구팬들은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작은 거인 김선빈이 만들 기적을 고대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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