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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연기 칭찬에 뭉클… 버텨낸 내가 승리자” [인터뷰]

JTBC ‘품위있는 그녀’에서 인격적으로 성숙한 재벌가 며느리 역을 맡아 연기 호평을 받은 김희선. 그는 “흔한 말이지만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 배우가 나오면 무조건 봐야지’라는 생각이 드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JTBC 제공




“저는 이 말이 제일 좋더라고요. ‘김희선 아니면 누가 이 역할을 해.’ 대체불가하다는 거잖아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뭉클해져요. 이렇게 칭찬을 받으려고 옛날에 그렇게 연기 못한다고 욕을 먹었나(웃음). 역시 버틴 사람이 승리자인가 봐요.”

통통 튀는 솔직 발랄함이 과연 김희선(40)답다. 우리가 사랑했던 바로 그 모습이다. 19일 종영한 JTBC ‘품위있는 그녀’(이하 ‘품위녀’)를 통해 배우로서의 진가를 재확인시킨 그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날아오른 ‘드라마 퀸’ 김희선을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결혼하고 나서 들어오는 역할이 달라지긴 했어요. 그게 현실이죠. ‘미혼보다 더 예쁘고 매력 있는 엄마 캐릭터를 보여주면 되지’ 다짐했는데 막상 작품을 고르려니 선뜻 손이 안 가더라고요. ‘아직 나를 안 놨구나. 두려워하는 구나’ 싶었죠. 그렇게 마음먹었던 걸 이번 작품에서 실천한 거예요.”

‘품위녀’는 상류사회의 민낯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재벌 불륜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가 총망라됐는데 ‘막장 드라마’란 오명을 쓰기는커녕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JTBC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9.986%·16회·닐슨코리아 기준)을 경신했다. 탄탄한 대본과 짜임새 있는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이 합쳐진 결과였다.

김희선은 “(김)선아 언니나 나는 20년 연기를 해왔는데 더 보여줄 게 있겠나”라며 “내세울만한 게 별로 없다는 생각에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 그는 “백미경 작가를 믿고 끝까지 갔는데 역시나 멋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줬다”고 고마워했다.

극 중 김희선이 연기한 재벌가 며느리 우아진은 한마디로 ‘슈퍼우먼’이다. 외모·인격·능력을 모두 갖춰 뭇 여성들의 ‘워너비’로 통한다. 하지만 그의 우아한 삶은 한순간 풍비박산 나고 만다. 시아버지(김용건)는 젊은 간병인(김선아)에게 넘어가 재산을 탕진하고, 남편(정상훈)은 딸의 미술교사(이태임)와 바람이 난다.

비참한 상황에도 우아진은 결코 품위를 잃지 않는다. 그를 통해 김희선은 현명한 삶의 태도를 배웠다고 했다. “현명한 여자란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와 여유가 있죠. 그래서 현실의 저도 오빠(남편)에게 화가 났을 때 일단 참게 되더라고요. 확실히 싸움이 줄었어요(웃음).”

김희선의 20대는 화려했다. ‘미스터Q’(1998) ‘토마토’(이상 SBS·1999)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하이틴 스타로 군림했다. 결혼 이후에는 작품 선택에도 다소 무게감이 생겼다. 김희선은 “내가 나오는 멜로는 이제 너무 뻔하지 않나. (대중이) 날 좋게 봐주시는 이유는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탐나는 작품을 마음껏 고를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아요. 제가 그럴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하루아침에 된 건 아니에요. 정말 쉴 새 없이 일했었어요. 다시 돌아가래도 그렇게 할 것 같아요. 나만의 커리어가 쌓이는 거니까요. 후배들에게도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젊을 때 일할 수 있을 만큼 해야 한다고.”

‘예쁘기만 한 줄 알았던 김희선이 연기까지 잘하다니.’ 혹자는 ‘김희선의 재발견’이라 말한다. 이런 반응에 김희선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저는 22년째 재발견되고 있어요. 전성기가 한 8번은 온 것 같아요. 그래도 늘 새롭게 보인다는 말이니 기분 좋아요. 다음 작품 때 또 재발견되겠죠?”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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