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주말에 1000만 싣고 달린다



5·18민주화운동을 조명한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올해 첫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역대 한국 영화로는 15번째, 국내 개봉 외화를 합하면 19번째 대기록이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개봉 16일 만인 전날까지 누적 관객 수 940만명을 기록했다. 이번 주말(19∼20일)을 기점으로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000만 영화가 탄생한 건 지난해 1156만명을 동원한 ‘부산행’ 이후 처음이다.

개봉 3주차에 들어 관객 동원 속도가 다소 늦춰졌으나 흥행세는 여전히 뚜렷하다. ‘청년경찰’ ‘혹성탈출: 종의 전쟁’ ‘장산범’ 등 신작 공세를 물리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강력한 경쟁작으로 꼽혔던 ‘군함도’가 각종 논란에 좌초돼 예상을 밑도는 성적을 거둔 데 따른 반사효과도 적지 않았다.

‘택시운전사’는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힌츠페터는 1980년 5월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의 도움으로 광주에 잠입해 계엄군의 무력 진압을 최초 보도한 인물. 영화는 두 이방인의 눈을 통해 당시 광주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5·18이라는 소재는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데 한몫했다.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개봉 전 진행한 전국시사회를 통해 관객의 자발적인 입소문이 이어졌다”면서 “공감의 폭이 넓었다. 80년대 이전 세대에게는 당시 아픔을 떠올리게 하고, 이후 세대에게는 역사를 환기시키며 관객층 확장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관심으로 영화에 대한 주목도는 한층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힌츠페터의 부인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와 함께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상영 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광주의 진실을 다 규명하지 못한 것이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며 “이 영화가 그 과제를 푸는 데 큰 힘을 줄 것 같다”고 전했다.

‘택시운전사’의 1000만 흥행에는 무엇보다 주연배우 송강호의 힘이 컸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극 중 독일기자(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는 택시기사 김만섭 역을 맡은 송강호는 섬세한 감정연기로 관객을 동화시켰다. 그로서는 ‘괴물’(2006) ‘변호인’(2013)에 이은 ‘트리플 1000만’ 달성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송강호는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힘을 지녔다”며 “단순히 연기를 잘한다는 차원을 넘어 그가 선택한 영화에 대한 신뢰를 주는 배우”라고 평했다.

촛불 정국과 정권 교체를 거친 사회적인 상황과 개봉 시기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곽영진 영화평론가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국민 의식이 고양된 상황에 그런 세상의 변화를 실감한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특별한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것 같다”며 “일반적인 공감이나 감정이입과 다른 미안함과 죄책감이 뒤엉킨 자기정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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