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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다 책임”… 트럼프 인종갈등 부채질

트럼프 지지자(오른쪽)가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밖에서 열린 트럼프 반대시위 참가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 시위 참가자는 트럼프의 얼굴 위로 ‘깡패(bully)’ ‘범죄자(culprit)’라는 단어가 쓰인 깃발을 들고 있다. 트럼프가 자택인 뉴욕 트럼프타워에 돌아온 이후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 두둔을 비난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유혈사태를 두고 또다시 양비론을 제기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백인우월주의자와 이를 반대하는 시위대 간 충돌의 책임이 백인우월주의자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다가 역풍이 일자 “인종주의는 악”이라며 백기를 든 지 하루 만에 다시 말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충돌로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쪽 다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전했다. 그가 사태 발생 직후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백인우월주의에 맞불 시위를 벌인 반대편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날 “대안우파를 공격한 대안좌파는 잘못이 없는가”라고 반문한 뒤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 사령관인 로버트 리 장군과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동일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조지 워싱턴은 노예 소유주였다. 조지 워싱턴 동상을 철거할 것인가”라면서 “(시위에는) 신나치주의자와 백인우월주의자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극우 진영은 환영했다. 극우단체 KKK(쿠클럭스클랜)의 대표를 지낸 데이비드 듀크는 “대통령이 정직하고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하고, 좌파 테러리스트들을 비판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대안우파를 이끄는 리처드 스펜서도 “우리는 대통령과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는 진짜 애국주의자”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당신(트럼프) 발언에 환호했다면, 당신은 매우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훌륭한 대통령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추구한다”고 꼬집었다. 공화당 안에서도 폴 라이언 하원의장,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총무 등 여러 의원들이 백인우월주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실망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대통령 직속 제조업위원회를 잇따라 사퇴하고 있다. 전날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치에 이어 이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전미제조업연맹의 스콧 폴 등 7명이 떠났다. 소셜미디어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문으로 참여하는 CEO들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해시태그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위원회를 떠난 모든 CEO들, 나에겐 그들을 대체할 사람이 많다”고 비난했다.

백인우월주의 상징 조형물인 남부연합 동상을 철거하려는 움직임도 미 곳곳에서 활발하다. 여기에 극우 단체들이 이번 주말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라 추가 충돌도 우려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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