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나 그란데 내한] 열창엔 ‘환호’… 지나친 보안·리허설 취소 ‘논란’

아리아나 그란데의 내한공연 포스터 일부. 현대카드 제공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첫 내한공연을 보러온 관객이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 입장하기 전 두 손을 들고 금속 탐지기 검사를 받고 있다. 뒤에는 다른 관객들이 우산을 쓴 채 줄을 서서 보안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15일 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24)의 첫 내한공연의 절정은 대표곡인 ‘뱅뱅(Bang bang)’ ‘사이드 투 사이드(Side to side)’를 부를 때가 아니었다. 공연 후반부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부를 때였다. 그란데는 지난 5월 영국 맨체스터 공연 중 벌어진 폭탄 테러로 숨진 희생자 22명을 애도하기 위해 검은 리본을 스크린에 띄우고 추모곡을 선사했다.

그란데의 추모 방식은 남달랐다. 검은 리본 위에는 그란데를 상징하는 검은 토끼 귀가 얹혀 있었다. 이 곡의 후반부 가사 ‘그곳이 네가 날 찾을 곳이야(That’s where you’ll find me)’를 부를 때는 절정의 고음이 오르내리며 큰 환호가 쏟아졌다. 보랏빛 조명은 관객과 무대를 휘감았다. 그란데는 눈을 잠시 감으면서 울컥한 모습으로 곡을 이어 불렀다.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그란데는 이 곡의 모든 수익을 희생자를 위한 기부금으로 보탰다.

테러를 겪은 그란데의 요청으로 공연장 안팎에서는 공항 수준의 보안 검색이 진행됐다. 구일역에서 내려 돔 인근에 다다르자 보안요원들은 “가방과 금지 물품은 보관소에 맡겨 달라”고 외쳤다. 관객들은 비 내리는 공연장 주변에서 우산을 쓴 채 투명 가방과 비닐봉지 등에 소지품을 담아 손에 쥐고 기다렸다. 주최 측인 현대카드는 공연 전부터 “일정 규격의 투명 가방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우천 시는 접이식 우산을 지참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국 팬과의 접촉이 많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첫 내한인 만큼 특별한 메시지나 무대 인사를 기대하는 팬이 많았지만 그런 시간은 없었다. 그란데는 불과 공연을 3시간 앞둔 오후 5시쯤 입국해 공연이 끝나자마자 12시쯤 서둘러서 태국으로 출국했다. 현대카드 측은 “한국 팬을 무시한다거나 성의 없이 준비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테러를 겪은 그란데가 북한 문제 등 한반도 위기 상황을 의식해 위축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란데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늦은 입국으로 일부 관객은 피해를 입게 돼 논란이 일었다. 65만원짜리 VIP 패키지 티켓을 구입한 관객들은 먼저 입장해 그란데와 인사를 나누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미트 앤 그리팅(Meet&Greeting)’ 시간과 리허설을 관람할 수 있는 혜택을 얻는다. 하지만 일정이 취소되면서 관객들은 환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란데는 이날 오후 8시17분부터 1시간30분가량 ‘비 올라이트(Be alright)’를 시작으로 마지막 곡 ‘데인저러스 우먼(Dangerous woman)’ 등 24곡을 연달아 부르며 돔을 달궜다. 한국어로 “함성”, 영어로 “서울, 좋은 밤 보내고 있나요” “사랑해요, 서울” 등과 같이 일부 멘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신의 앨범 1∼3집까지 수록곡으로 공연을 수놓았다. 공연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일부 논란과 지나친 보안은 ‘옥에 티’로 남게 됐다.

글·사진=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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