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연기 끝내주게 한다”… 스크린 접수한 천재 아역들

‘군함도’의 김수안(왼쪽)과 ‘장산범’의 신린아. 각 영화사 제공
 
‘옥자’의 안서현(왼쪽)과 ‘곡성’의 김환희. 각 영화사 제공


영화 ‘군함도’에서 가장 찡한 울림을 주는 장면은 마지막에 등장한다. 경성호텔 악단장 이강옥(황정민)의 딸 소희(김수안) 얼굴이 스크린 가득 클로즈업되는 순간이다. 울분과 슬픔이 뒤엉킨 가운데 미세한 희망의 빛이 새어드는 듯한 표정. 소희 역의 배우 김수안(11)은 그 오묘한 감정의 층위를 정확히 읽고 표현해냈다.

김수안은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아역배우다. 단편 ‘콩나물’(감독 윤가은·2013)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감독 연상호)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군함도’에서의 존재감 역시 뚜렷했다. 상황에 따라 연기 톤을 자유자재로 변주하며 극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냈다.

‘군함도’를 함께한 이정현은 “촬영 당시 감독님한테 ‘쟤 연기 끝내주게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빈 스케치북 같아서 어떤 걸 던져줘도 잘 그린다”고 칭찬했다. 류승완 감독도 “김수안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연기를 저렇게 잘하나’ 싶었다”며 “디테일한 부분은 내가 주문한 게 없다. 온전히 본인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안뿐 아니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성숙한 연기력을 갖춘 아역배우들이 스크린을 밝히고 있다. 과거와 달리 조·단역 수준에 머물지 않고 주연으로서 당당히 제 몫을 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3∼4년간 아역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성공한 사례가 늘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17일 개봉한 공포 스릴러 ‘장산범’에서는 신린아(8)의 활약이 빛난다.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극 중 신린아는 의문의 여자아이 역을 맡았다. 허정 감독은 “다양한 느낌을 가진 친구를 원했는데 신린아를 보자마자 상상 속 그 친구가 나타났구나 싶었다”고 했다.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2014)으로 데뷔한 신린아는 그간 드라마 ‘결혼계약’(MBC) ‘피고인’(SBS)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장산범’에서 호흡을 맞춘 염정아는 신린아에 대해 “아역이 아닌 그냥 여배우다. 연기에 있어서 뭘 도와줄 것도 없이 너무 잘한다. 오히려 내게 자극이 됐다”고 치켜세웠다.

최근에는 특히 ‘소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지난 6월 개봉한 ‘옥자’(감독 봉준호)의 주인공 미자 역의 안서현(13)은 탁월한 역할 소화력으로 국내외 찬사를 얻었다. 지난해에는 ‘곡성’(감독 나홍진)의 김환희(15), ‘아가씨’(감독 박찬욱)의 조은형(12)이 거장의 선택을 받아 훌륭히 기대에 부응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그간 한국영화에서 많이 소비돼 온 기성배우들과 달리 아역배우들은 신선함을 지니고 있다”면서 “아역들이 보여주는 연기의 폭이나 캐릭터 색깔도 굉장히 다양해졌다. 요즘은 아역 성인 구분 없이 ‘배우’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화자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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