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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式 ‘치고 빠지기’… 美와 위험한 줄타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4일 인민군 전략군 사령부를 시찰한 자리에서 전략군 화력타격계획 전도를 보며 보고받고 있다. 김 위원장 뒤쪽으로 전략군의 미사일 타격권을 구분한 남조선 작전지대, 일본 작전지대 지도가 보인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김낙겸 전략군 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을 보고받았다고 15일 보도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과의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에서 ‘살라미 전술’을 꺼내들었다. 자칫 미국과의 전면전을 불러올 수 있는 괌 포위사격을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고 그 사이에 보고·청취 단계를 끼워 넣었다. 전쟁을 불사할 것처럼 언성을 높이면서도 나름대로 ‘안전장치’는 마련해둔 셈이다.

북한은 전략적 도발을 감행하기 전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최종 승인받는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보고 사실이 도발 전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를 받고 실행을 유보한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해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 발사 모두 사후에 김 위원장의 최종 명령서만 공개됐다.

북한 추가 도발 여부를 가늠하는 최대 관건은 오는 21일 시작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 주변에 수많은 핵전략 장비를 끌어다놓고 불집을 일으킨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UFG 연습에 B-1B 등 괌에서 출격하는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지 말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북한은 UFG 연습 상황을 지켜보며 도발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훈련 규모가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경우 북한이 ‘자위적 조치’라며 괌 포위사격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무모함이 선을 넘어 계획한 위력시위 사격이 단행된다면 우리 화성 포병들이 미국 놈들의 숨통을 조이고 모가지에 비수를 들이대는 가장 통쾌한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편 북한 미사일 부대를 지휘하는 전략군사령부는 남한 전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미사일 타격 범위를 설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신문이 15일 공개한 전략군사령부 지휘소 내부에는 김 위원장 좌석 뒤로 지도 세 장이 걸려 있다. 지도에는 각각 ‘남조선 작전지대’ ‘일본 작전지대’ ‘태평양지역 미제 침략군 배치’ 등이 쓰여 있다.

이 중 남한 지역을 나타낸 ‘남조선 작전지대’ 지도에는 선 4개가 군사분계선(MDL), 경북 울진, 영덕, 남해안선을 기준으로 그어져 있으며 각 선 옆에 도표가 하나씩 병기돼 있다. 남한 지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 주요 타격 대상과 사용 미사일 등을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작전지대’ 지도는 일본 열도 전역을 북한 미사일 사정권 안에 넣고 있는 것으로 식별된다.

김 위원장의 책상 위에 놓인 ‘전략군 화력 타격계획’ 지도를 보면 괌 포위사격을 위한 화성 12형 발사는 함경남도 신포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북·미 양측이 억류 미국인 송환 문제를 논의 중이라는 외신 보도에 “억류 미국인 문제는 지금 조(북)·미 분위기상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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