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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조 카드’ 꺼내든 트럼프… 막 오른 美·中 무역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중국을 상대로 무역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본적으로 중국 경제 부상에 대한 견제가 바탕에 깔려 있지만 중국의 대북 압박 노력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 촉매제가 됐다. 국내적으로는 바닥으로 떨어진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정파에 상관없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45% 고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전쟁을 벌이겠다고 공약했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등 트럼프 내각 통상팀이 전원 중국 강경파들인 것도 무역전쟁을 예상케 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취임 6개월이 지나도록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는 없었다. 변수는 북한 도발이었다. 중국을 움직여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을 멈추기는커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까지 쏘아올리자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는 한계에 달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중국의 불공정행위를 손보겠다며 20년 넘게 사문화되다시피 한 ‘통상법 301조’를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통상법 302조에 근거해 중국의 차별적 요소를 조사하라”고 돼 있다. 그러나 흔히 통상법 301∼309조를 다 아울러 통상법 301조라고 부르는 만큼 사실상 301조를 발동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301조는 미국 대통령 재량만으로 불공정 무역관행을 행사하는 국가에 대해 조사를 실시할 수 있고, 불공정 사례가 확인되면 각종 무역제재를 가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WTO를 통해 무역분쟁을 해결하기로 약속하고 301조를 적용한 적이 없었다. 미국이 301조 카드를 휘두르면 WTO 체제가 흔들릴 뿐 아니라 미국 입맛에 맞지 않으면 누구라도 통상마찰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한국도 301조에 따른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중국도 301조가 다자주의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상무부는 “301조는 매우 심각한 일방주의 색채를 갖고 있어 다른 국가들이 반대해 왔다”며 “우리는 미국이 다자간 규칙의 파괴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공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조사 결과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조사가 예비기간을 포함해 13개월 걸리는 데다 막상 중국 반발로 무역전쟁이 확대될 경우 부작용을 우려한 타협안이 마련될 수도 있다.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 380억 달러(약 45조원) 규모의 보잉사 여객기 구매를 취소하거나, 미국 농수축산물 수입을 막을 수도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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