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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중앙정보부, 인권 전시실로 탈바꿈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은 현재 대한적십자사 본사 맞은편에 있는 서울 중구 예장동 4-1 일대에 1972년 건립돼 1995년부터 ‘서울시청 남산 제2청사’로 쓰이다가 지난해 8월 해체됐다. 서울시 제공


간첩 조작사건과 고문수사의 무대였던 남산 중앙정보부 분실이 어두운 역사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인권 전시실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시는 군부독재시절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저질러졌던 남산의 ‘중앙정보부 6국’ 자리에 내년 8월까지 전시실 ‘기억6’을 조성한다고 15일 밝혔다.

기억6의 지하 1층에는 인혁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를 고문했던 취조실이 복원된다. 문화재 이전·복원 전문업체가 실제 중앙정보부 6국의 취조실이 있던 지하 공간을 정밀하게 해체한 뒤 취조실을 재현해낸다.

지상층은 300㎡ 면적의 광장으로 꾸미고 6개의 기둥을 전시한다. 이 기둥들은 지난해 중앙정보국 6국 건물을 해체하고 남은 잔해들로 기둥에는 과거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내용의 문구들을 새겨 넣을 예정이다.

광장과 지하 1층을 연결하는 빨간 우체통 모양의 전시실도 생긴다. 아카이브 설비와 다큐멘터리 상영 장치 등이 설치된 이 전시실에서는 지하 1층 취조실을 내려다볼 수 있다.

중앙정보부 6국은 군부독재시절 국내 정치사찰, 특히 학원사찰과 수사를 담당했던 곳이다. 건물 건립 시기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정초(定礎), 1972. 4. 5. 중앙정보부장(中央情報部長) 이후락(李厚珞)’이라고 적힌 정초석이 남아 있다. 1995년 안기부가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소유권을 매입, ‘서울시청 남산 제2청사’로 사용했다.

서울시는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을 두고 전면 철거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작년 3월 ‘해체 후 재구성’을 결정했다. 고문 피해자인 양길승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이사장은 “공간을 완벽히 없애버리는 것보다는 역사적 사실과 상처를 딛고 새로운 시대적 경험을 통해 다른 걸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시는 중앙정보국 6국 터 외에도 2만2833㎡에 이르는 남산 예장자락을 도심공원으로 종합 재생하는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기억6이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었던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줘 역사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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