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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반쪽 난 임청각이 대한민국 현실… 보훈기틀 재정립”

문재인 대통령이 제72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위치한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광복절에 김구 선생 묘역을 찾은 건 처음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이 작성한 방명록 글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보훈의 기틀을 완전히 새롭게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독립운동의 역사,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 경축사 상당 부분을 할애하면서 애국·보훈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의열단원 이태준, 간도참변 취재기자 장덕준, 독립군 어머니 남자현, 과학자 김용관, 영화감독 나운규 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했다. 광복절의 근간이 애국지사들의 충정임을 되새기면서 대한민국의 ‘뿌리’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광복은 항일의병에서 광복군까지 애국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흘린 피의 대가였다”며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경북 안동에 위치한 ‘임청각’을 언급하며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자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임청각은 신흥무관학교 설립자인 독립운동가 이상룡 선생의 본가다. 문 대통령은 “일제는 보복으로 임청각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고, 아흔아홉 칸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은 지금도 반 토막이 난 모습 그대로”라며 “그 모습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더라는 경험이 불의와의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다”며 “애국의 역사를 존중하고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독립운동 유적지와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해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독립운동가·참전용사의 생활지원과 치료 등 예우를 강화하고 임시정부기념관의 건립을 추진하는 등 보훈보상체계 개선안을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는 ‘보훈이 진정한 안보의 시작’이라는 문 대통령의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보훈을 제대로 하는 정당·정부가 진짜 유능한 안보세력”이고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선 안 된다”며 국가 차원의 보훈을 강조해 왔다.

문재인정부를 태동시킨 ‘촛불 혁명’ 역시 애국과 국민주권의 상징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항일독립운동의 빛나는 장면들이 지난겨울 전국 방방곡곡에서 촛불로 살아났다”며 “우리 국민이 높이 든 촛불은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위치한 백범 김구 선생 묘역과 삼의사(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 묘역도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효창공원을 찾은 것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9년 만이며, 광복절 참배는 처음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피해자 가족을 초청해 면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을 직접 만나 세월호 참사와 진상규명 지연에 대해 사과와 위로를 건네고, 정부 차원의 의지와 대책을 표명할 예정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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