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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액이 얼만데… 마두로 흔들리자 난감한 중국



세 아이의 엄마인 중국인 메이 허우(39)는 2015년 12월 15년간의 베네수엘라 생활을 접고 고향인 광둥성 언핑으로 돌아왔다. 남편과 남동생도 함께였다. 허우씨 가족의 지난 17년 세월은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와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사진) 정권에 대한 중국의 대대적인 투자와 그 이후 경제 붕괴에 따른 혼란의 시간과 함께했다.

160년 전 언핑에서 출발한 첫 이민자가 베네수엘라에 도착한 이후 한때 40만명의 중국인들이 꿈을 안고 베네수엘라에서 생계를 이어왔다. 2013년 차베스 사망 이후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유가에 맞춰 설계됐던 경제는 유가가 50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붕괴하기 시작했다. 최근 3년 사이 중국인 상당수가 귀국했다. 지난해 언핑으로 돌아온 중국인만 5만명이다.

2000년 여행 비자로 수도 카라카스에 도착한 허우씨는 중국인 이민자 남편을 만나 영주권도 얻고 가게 두 곳도 운영했다. 두 남동생도 불러들였다. 하지만 경제 위기와 함께 그의 꿈도 부서졌다. 중국으로 돌아올 때는 가방 두 개와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달러 통장이 전부였다. 베네수엘라 도처에 있던 중국 투자 건설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던 동생 데이비드 허우는 “모든 건설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1500%가 넘는 물가 상승률과 안전상 이유로 머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차베스의 반미 정책은 중국의 구미를 당겼고 경제성장을 위해 에너지가 부족했던 중국은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의 베네수엘라에 끌렸다. 중국이 현지에 투자한 돈은 600억 달러(약 68조원)로 추정된다. 중국건설은행만도 최소 37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다. 이제 상당액은 회수가 불가능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세계 각국의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던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몰락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그동안 공을 들여온 남미와 아프리카 자원외교의 위험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재한 금융공작회의에서도 해외 투자의 안전성이 중요하게 논의됐다. 중국 사회과학원도 베네수엘라를 가장 위험한 해외투자국으로 적시했다. 하지만 동맹국이던 베네수엘라의 투자를 무작정 철수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매트 페르첸 카네기-칭화센터 연구원은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중국 경제와 외교 이해관계에 직접적이고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중국이 베네수엘라의 현 위기 상황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남미 다른 지역에서도 중국의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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