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병원이 빚 못 갚아… 산소 끊어 숨진 인도 아기 60명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의 주립 바바 라가브 다스 병원에서 12일 의사들이 소아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AP뉴시스


산소공급기 속의 산소가 바닥이 났다. 절망에 몸부림치는 부모들에게 병원 측은 수동 인공호흡기를 나눠줬지만 소용없었다. 부모들은 그날 밤 어린 자녀들이 하나 둘 숨을 거두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의 바바 라가브 다스 주립병원에서 산소 공급이 중단돼 입원해 있던 영유아 60여명이 숨져 논란이 일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망한 아이들은 대부분 신생아실에 있거나 뇌염 치료를 받고 있었다. 60여명 중 절반가량은 10일에서 11일로 넘어가는 하룻밤 사이 숨을 거뒀다. 이름을 ‘비자이’라고만 밝힌 한 희생자의 아버지는 “내 아들은 그날 밤이 되기 전까지 아무 문제없었다”면서 “많은 아이들이 산소 부족으로 죽었다. 명백한 병원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5살배기 딸 쿠쉬를 잃은 자히드 알리 역시 “쿠쉬는 병원 치료를 탈 없이 받고 있었지만 산소가 떨어지면서 상태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WP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병원은 지역 의료기기 공급 업체에 8만9750달러(약 1억28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업체 측은 병원이 계약 규정을 위반했으며 지난 4일부터 산소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인도 뉴델리방송은 지난 10일 병원 발전소 직원들이 병원장에게 “산소 공급량이 낮아 오늘 저녁까지밖에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현지인들은 격분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아동권리운동가인 카일라시 사티아르티는 “병원에 산소가 없어서 아이들이 죽었다는 건 비극이 아니라 살인”이라며 “인도가 독립 70주년을 기념해서 아이들에게 이런 걸 준비했나”라고 꼬집었다.

주 행정 당국과 병원은 의혹을 부인했다. 주정부는 “아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죽은 것이다.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된 건 맞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도 내무부 대변인은 현지 매체 트러스트오브인디아에 “21명의 죽음이 산소 부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 당국은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이번 사건에 대한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야당인 국민회의와 사마지와디당은 우타르프라데시주 보건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동시에 인도국민당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