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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스크’ 예측 불허… 한달 이상 조정기 거치나





‘북한 리스크’로 국내 주식시장이 연일 급락하자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북한 핵실험 등에 따른 리스크가 단기간에 진정됐던 것과 달리 앞으로 상황을 속단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든다 해도 경기회복 흐름이 다소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불안요소로 떠올랐다.

주요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들은 11일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북한과 미국의 발언 강도가 과거에 비해 강해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향후 상황을 예상하기가 어려운 이슈라서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 전후까지 리스크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서 상황을 예측하기 불가능한 영역”이라며 “워낙 말들이 험하게 오가니 함부로 속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에는 문제가 생겼을 때 한국만의 문제로 끝났는데 발언 수위가 너무 세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 시장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한국이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단기간에 상황이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순매도 규모가 사흘간 1조원이 넘는다. 정보기술(IT) 대형주 위주로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안보 리스크’가 겹치자 대규모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어디까지 갈까.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단기간에 매수로 전환하기 어렵고, 매도세는 조금 더 이어질 것이다. 다만 실적 등을 고려할 때 하락세가 이어지긴 하겠지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그간 쉬지 않고 주가가 올랐고 최대 호재인 기업 실적 발표도 다 끝났다.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이라며 “당분간은 외국인 중심 매도세가 나오며 한 달 정도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것 같다. 오는 21일 을지훈련이 피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다 국내 증시의 불안요소로 북한 리스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지표 개선세의 둔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최근 수출·투자 호조 및 소비 부진 완화에도 경기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에서 “광공업 생산이 조정을 받는 등 한국경제의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밝혔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6일 “지난해 4분기 이후 경기 개선 추세가 다소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지표인 광공업 생산지표는 지난 5월 전년 대비 2.6%에서 지난 6월 1.5%로 증가폭이 줄었다. 제조업 출하는 지난 5월 -1.1%에 이어 6월에도 -0.1%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7월 수출 증가율은 19.5%로 높았지만 반도체 등을 제외하면 2.8% 증가에 그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에 예상보다 가뿐한 움직임을 보여줬던 경제지표들이 조금씩 둔해지는 조짐”이라며 “지정학적 위험이 잦아들면 경기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는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조정이 주식시장에 진입할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월 말 정도면 상승세로 돌아설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 많이 빠졌던 IT주를 제일 먼저 사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준 센터장은 “조정을 받을 때 그동안 들어가지 못했던 종목을 매수할 수도 있다”며 “주도주는 IT이고, 금리인상 시기인 점을 고려할 때 은행주도 추천할 만하다. 세 번째 추천 업종은 석유·화학”이라고 했다.

글=나성원 조효석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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