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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컨테이너는 세계화의 ‘끌차’



세상을 바꾼 것들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냉장고 세탁기 가스레인지 같은 주방 시설이 혁명적 변화를 일으켰다는 의견이 있는가하면 인터넷의 발달, 스마트폰의 등장이 역사의 물꼬를 바꿔놓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주장들이다.

그런데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앞으로 ‘세상을 바꿔놓은 것들’ 목록에 컨테이너를 추가하게 될 것이다. ‘더 박스’는 투박한 직육면체 상자 컨테이너가 세계화의 끌차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크 레빈슨. ‘더 박스’는 그가 2006년 펴낸 책으로 국내엔 최근에서야 번역·출간됐는데, 독특한 분석이 시선을 잡아끈다. 첫머리를 장식하는 건 저자가 한국 독자에게 띄우는 ‘한국어판 서문’이다.

“우아함과 거리가 멀었던, 단순하기 그지없는 컨테이너가 이런 거대한 변화를 가지고 오리라고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국이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의 무역 강국으로 우뚝 선 것도 이 ‘박스’가 빚어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결과 중 하나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컨테이너가 바꾼 세상의 풍경을 하나씩 일별한다. 컨테이너의 등장이 의미하는 바는 간명했다. 컨테이너로 인해 기업들은 많은 상품을 먼 곳까지 싸고 쉽게 운반할 수 있었다. 저자는 컨테이너 덕분에 운송비가 크게 낮아지면서 세계 무역 규모가 커졌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를 통해 가난한 국가들이 경제 강국으로 거듭날 기회를 거머쥐었다고 말한다. 컨테이너의 ‘표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우여곡절의 스토리도 전하고, 세계의 경제 지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핀다.

그야말로 컨테이너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등장하기 전까지 컨테이너에서 시작된 경제 혁명을 이토록 심도 있게 파헤친 저작은 없었다고 한다. 독자들은 세상을 뒤엎는 변화가 때론 미미해 보이는 시도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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