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나도 한류스타… 아이돌 안 부러워요”

각각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독자를 대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동건(왼쪽 사진) 주요한씨가 지난 5일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준협 기자
 
이동건씨가 지난해 8월 러시아 모스크바 구세주성당 앞에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몰려든 현지 팬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동건씨 제공


한류스타는 아이돌 가수나 유명 배우만 될 수 있는 것일까. 불과 2∼3년 전만 해도 한국 문화 유튜브 영상 제작자(유튜버)들은 한류의 인기를 등에 업고 우리 언어와 문화를 전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스스로 차세대 한류스타로 발돋움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체적인 팬덤을 양산해내고 있다. 유튜버가 한류스타가 된 것이다.

지난 5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한류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들을 만났다. 한류 유튜버들이 목표로 삼는 구독자의 국경과 언어에는 한계가 없다. 이들은 영미·아시아, 남미·중동 지역 독자를 대상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어권 독자를 위한 ‘Корейские парни’(한국남자들)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이동건(29)씨는 지난해 러시아 여행 때 겪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당시 러시아판 페이스북 ‘브콘탁테’ 팬 페이지에 ‘오늘 오후 6시 구세주성당 앞에서 30분간 있어요’라는 글을 올린 뒤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비 오는 궂은 날씨에도 자신을 만나러 현지 팬 50여명이 우산을 쓰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한국어와 비슷한 발음의 러시아어 뜻 맞추기’ ‘보드카를 맛 본 한국인 반응’ ‘실제 한국 남자와 드라마 속 한국 남자’처럼 문화적 차이를 좁혀나가는 영상을 주로 만들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수는 31만명이 넘었고, 브콘탁테 팬 페이지 회원 수도 2만명에 육박한다. 팬들은 러시아에서 한국까지 직접 선물을 보내고 러시아어 자막 처리 봉사도 자처한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한국 남자나 문화에 관한 소식을 접하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TV에 나오는 연예인들보다 유튜버들이 더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 남자에게도 프랑스나 이탈리아 남자처럼 멋진 이미지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으로 러시아에서 확장해 유럽 전체를 목표로 영상을 올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4위 인구대국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YOHONEY COWOK KOREA’(요하니 한국남자) 채널을 운영하는 주요한(28)씨는 처음엔 현지 문화가 낯설었다. 그는 “더운 나라여서 한 건물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몰(mall) 문화’가 있더라”며 “문화 차이가 나중에는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주씨는 20∼30대 인구 비율이 높은 인니의 특징을 공략해 젊은층이 좋아할만한 영상을 올려왔다. ‘한국인들은 방탄소년단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국인의 인니 음식 반응’ 등이 그 주제다. 이 채널을 시작한 지 1년 남짓 됐지만 구독자 수는 이미 10만6000명을 돌파했다. 채널은 현지 온라인 매체 IDN타임스와 라인투데이 등에도 소개됐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버들은 묘사가 생생하고 상세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한류스타와 유튜버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한류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평했다. 황인성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요즘에는 대중들이 화려한 스타보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유튜버에 관심을 느낀다”고 진단했다.

이씨와 주씨는 입을 모아 유튜브로 수익을 내겠다는 욕심보다 한국을 알리고 문화적인 차이를 줄여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유튜브 조회수로 얻는 수익은 아직 그리 크지 않다. 독자가 대부분 외국인이라서 기업들이 협찬을 해주는 경우가 적다”면서 “그래도 꾸준히 활동을 하겠다”고 전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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