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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박현동] 부동산의 역설… 투자와 투기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애매하다. 촌수로 따지면 사촌쯤 될까. 극단적으로 일란성 쌍생아라거나 ‘자’와 ‘기’의 차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단기냐 장기냐를 잣대로 삼기도 한다. 틀린 것은 아니나 적확하지도 않다. 사전적 의미는 차이가 있지만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면 투자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면 투기라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어쩌면 가장 정확한 기준일지도 모른다.

투자는 건전하고 투기는 탐욕스럽다는 인식이 있다. 경제에 도덕 룰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유지될 수 없는 게 경제다. 시장을 작동시키는 힘은 투기 또는 투자다. 정부도 있다. 단, 제도와 규정으로 참여한다. 선수 아닌 감독인 셈이다. 증시 역시 투기로 움직인다. 투자든 투기든 모두 미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고, 그 대가는 수익률로 나타난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투기는 대박을 칠 가능성도 있지만 쪽박을 찰 우려도 높다. 이른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투기 세력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필요악이다. 외환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주 무대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에 나섰다. 강도 높은 규제책을 동원했다. 명분은 차고 넘친다. 문제는 승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장기전에선 대체로 졌다. 희소성 법칙에 근거한 수요공급의 원리를 무시한 게 주된 패인이다. 규제는 희소성을 강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린다. 규제의 맹점이다. 채찍엔 당근이 있어야 효과적이듯 수요 규제엔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투자와 투기를 억지로 분리하고 돈의 생리를 거스른 것도 실패의 한 원인이다. 코도, 날개도 없는 돈이지만 돈 냄새 맡는 능력은 그 누구도 따라가지 못한다. 게다가 비행기를 능가하는 속력까지 갖췄다. 규제가 사람의 심리와 돈의 생리까지 통제할 수 있을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며 “투기세력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시장에선 아파트를 돈으로 보고, 장관은 집으로 본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했는데….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물러서지 않겠다”며 결기를 보였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박현동 논설위원,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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