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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명호] 장군님들, 정말 왜 이러십니까



어느 고위 공직자의 군대 얘기 한 토막. 병사로 입대했는데 서울 근교로 배치됐다. 상관이 야간 대학원을 다녔는데 어느 날 자기 석사학위 논문을 좀 써달라고 하더란다. 직속상관의 ‘명령’인데 졸병이 거부하면 남은 군대 생활이 어떨지는 뻔하다. 논문을 쓰는 동안 여러모로 편했다고 한다. 그리고 상관은 병사 인사에 관여하는 자리로 갔다. 그 뒤 그는 남들이 가고 싶어 하는 보직으로 바뀌는 뜻하지 않은 행운을 누렸다. 30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군대 얘기가 나오면 어느 정도 감안하고 들어야 한다. 시쳇말로 초를 쳐서 얘기들 한다. 듣다 보면 “그건 깜도 아니다”며 좀 더 진화된 스토리도 나온다. 허풍도 많을 게다. 그래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쯤은 될 거다. 너도 나도 보고 겪었다는 비슷한 사례들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것들 중 하나가 테니스병, 과외병과 같은 특수 용도의 ‘XX병’이다. 정식 직제에 편성은 됐으나 사령관이나 부대장의 사적 목적에 동원되는 사례다.

육군 대장 부부의 공관병들에 대한 갑질 의혹이 불거졌다. 아직은 한 시민단체의 일방적 주장이긴 하나 내용을 보면 어안이 벙벙하다.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 정확한 사실과 객관적 상황은 당국이 조사한다고 하니 기다려 보면 된다. 그 많은 주장 중 하나라도 사실에 근접한다면 공사를 이리도 구별 못하는 데 어찌 그 자리까지 올랐을까라는 분노가 치밀어오를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생도 시절까지 합치면 41년째 명예를 먹고 산 직업이다. 물론 몇몇 불미스런 사례로 인생 전체의 명예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여 전에도 갑질·폭행 의혹으로 육군 소장이 사단장에서 보직해임 됐다. 곪은 게 차례차례 터져 나오는 것일 뿐이라는 냉소도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사는 게 군대다. 실제로 대다수 군인들은 그런 신뢰에 부응할 것이다. 그런 신뢰를 깎아먹는 장군님들, 정말 왜들 이러십니까?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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