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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대화? 전쟁?… 美 대북 메시지가 엇갈린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지난 4월 플로리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의 말을 듣고 있다.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발사로 한반도 위기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틸러슨 장관은 1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 AP뉴시스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후 미국의 대북 메시지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의 정권교체나 김정은 제거 작전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는가 하면 한반도 전쟁 가능성까지 흘러나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한반도에서 수천명이 죽을 수 있는 군사적 옵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1일(현지시간) 주장하면서 또다시 한반도 위기설이 증폭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지역의 안정과 미국 본토의 안보 사이에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그레이엄 의원의 주장은 미국이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한반도 전쟁을 불사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억제하지 못한 데 책임을 물어 중국에 대한 제재를 시사한 적은 있었지만 한반도 전쟁이나 군사적 옵션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정책 수장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어느 시점에 북한과 대화를 하고 싶다”며 불쑥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 틸러슨 장관이 취임 이후 브리핑룸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작심하고 대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뜯어보면 새로운 대화 제안은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핵 포기가 대화의 조건’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북한 붕괴 작전과 한반도 통일 이후 상황을 중국과 협의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무장관의 대화 카드는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 전략과 메시지가 조율되지 않은 채 중구난방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레이엄 의원의 입을 통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흘린 뒤 파장이 커지자 틸러슨 장관을 통해 수습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군사적 옵션이나 한반도 전쟁 불사는 너무 나간 메시지라고 판단한 틸러슨 장관이 미국의 메시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언론 브리핑을 자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틸러슨 장관은 특히 중국의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 언론을 통해 국무부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허세를 중단하고 틸러슨 장관이나 고위급 특사를 평양에 보내 대화의 여지를 탐색하라”고 촉구했다. NYT는 논설위원단 명의로 작성한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2차 ICBM 시험발사 후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지만 대리인(중국)을 내세워 북한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가시적 신호를 보내야 대화할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현실적으로 올바른 협상 태도가 아니다”면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막는 것이 시급하며, 조건 없는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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