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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회장 ‘선거공약’ 현실로… 대변초 54년만에 교명 바꾼다

개교 54년 만에 교명 변경을 추진 중인 부산 기장군 대변초등학교 정문에 ‘우리도 멋진 학교이름을 갖고 싶어요’라는 현수막(노란색 원 안)이 걸려 있다.


어린학생들의 깜찍한 ‘선거 공약(公約)’이 54년 전통의 초등학교 교명을 바꾸게 됐다.

부산시교육청과 기장군 대변초등학교는 교명을 변경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고 1일 밝혔다. 새 교명은 이르면 이달 중 최종 확정되고, 내년부터는 바뀐 교명이 사용될 예정이다.

국내 초·중·고교의 교명은 일제잔재 등을 이유로 바뀐 경우는 있으나 ‘소변’이나 ‘대변’ 등 부정적 어감 때문에 변경된 사례는 거의 없다. 대변초의 교명이 변경되면 비슷한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의 교명 변경 움직임은 올해 초 한 학생이 회장선거에 나와 ‘교명을 바꾸겠다’고 공약한 뒤 본격화됐다. 공약은 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심각성을 인식한 김종명 교장이 교명 변경을 총동창회에 공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학생들은 “대변초등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친구들이 놀린다”며 “우리도 멋진 학교 이름을 갖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총동창회, 주민대표 등 10여명으로 교명변경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추진위는 그동안 4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서명에는 전체 졸업생 2800명은 물론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이 동참했다. 학부모들도 “친척들이 아이가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꺼려진다”며 교명 변경에 적극 동참했다. 이 학교 최영숙 교감은 “어린학생들이 ‘대변’이라는 명칭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됐다”며 “졸업생과 지역주민의 ‘통 큰 양보’로 교명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서명 작업과 함께 새로운 교명도 공모했다. ‘해파랑’ ‘차성’ ‘도담’ ‘용암’ ‘동부산’ ‘아라’ 등 대부분 옛 지명과 지역 특성을 살린 명칭이 접수됐다. 추진위는 총동창회와 학교운영위 심의 등을 거쳐 선정한 뒤 다음 주 시교육청에 교명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다.

대변초의 새로운 교명은 이달 중 시교육청의 최종 결정 과정을 거친 뒤 내년부터 공식적으로 변경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명 변경은 학생과 학부모, 총동창회 등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적절한 절차를 거쳐 교명 변경이 신청되면 즉시 교명을 변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장군 대변리라는 지역 명칭을 딴 이름으로 1963년 개교한 이 학교는 현재 77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졸업생은 2800여명이다. 학교 앞 대변항에서 해마다 열리는 기장멸치축제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다.

기장=글·사진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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