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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이명희] 다이애나비의 눈물



백마 탄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소녀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꿨던 로망이다. 실제 왕족과 결혼한 평민의 러브 스토리는 두고두고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1956년 할리우드 배우 그레이스 켈리는 26세에 모나코 국왕 레이니어 3세와 결혼했다. 임신한 배를 가리기 위한 에르메스 핸드백이 ‘켈리백’이란 명칭을 얻을 정도로 결혼 후에도 화제를 몰고 다녔다. 세 자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전기작가 로버트 레이시는 켈리가 정략적 결혼의 희생자이며 불행했다고 전한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술과 남자에 빠졌고, 왕실이 자동차 사고를 위장해 살해했다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81년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에선 또 다른 세기의 결혼식이 열렸다.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스펜서의 결혼식이다. 유치원 보모로 일하던 다이애나는 20세 때 12세 연상의 찰스와 결혼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다이애나는 자서전을 통해 불행했던 결혼 생활과 왕실 비밀을 폭로하고 96년 이혼했다. 이듬해 8월 31일 파리에서 연인인 도디 파예드와 함께 타고 가던 차량이 파파라치를 피하려다 사고를 내면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을 놓고도 영국 왕실이 개입했다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집사였던 폴 버렐은 다이애나의 진짜 연인은 파키스탄 출신의 의사 하스넷 칸이었다고 폭로했다.

사망 20주기를 맞아 채널4가 그의 육성 테이프를 6일 공개할 예정이다. 찰스 왕세자와 결혼 초 3주에 한 번씩 잠자리를 하다가 84년 해리 왕자가 태어난 후 관계를 하지 않았다거나 오래된 연인인 카밀라 파커볼스와의 관계를 추궁하자 찰스가 “정부(情婦)를 두지 않은 유일한 왕세자가 되지는 않겠다”고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흐느끼자 “나도 모르겠다. 찰스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동화와는 딴판인 현실 속 신데렐라 운명이 기구하다.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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