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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에 ‘추방’ 맞불… 美·러 외교 보복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신화뉴시스


러시아가 미국의 추가 제재에 맞불을 놓으며 양국 간 외교 갈등이 보복전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러시아 TV에 출연해 최근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보복으로 상당수 미 외교관들에게 러시아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앞서 미국 의회는 지난 27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사일 개발 등을 이유로 러시아와 북한, 이란에 대해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푸틴 대통령은 TV에서 “1000여명의 미국 외교관과 기술직 요원 등 외교 관계자들이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그중 755명이 러시아에서의 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도 아무 대응 없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가 대러 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에 강공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 국무부에 9월 1일까지 러시아 주재 외교 관계자 수를 미국 주재 러시아 외교 관계자 수와 정확히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 앞서 러시아 외교 당국은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 외교관 무더기 추방과 미국 외교자산에 대한 압류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러시아의 요구가 현실화되면 모스크바 미대사관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미국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는 미국 직원의 숫자는 1000명 이상에서 455명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러시아의 기습적인 외교 공세에 미 국무부는 “유감스럽고 부당하다”면서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 러시아통이었던 에블린 파커스 칼 레빈 전 상원 군사위원장 보좌관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결국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업과 유학, 관광 등을 위해 미국 외교 관계자와 접촉해야만 하는 러시아인들이 겪을 고충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불법 거래해 온 러시아 기업과 관계자에 대해 금융제재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양측 갈등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미 정부는 대북 제재 강화 일환으로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무역회사들을 제재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도 지난 1∼5월 러시아의 대북 수출은 4800만 달러(약 53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늘었다.

북한과의 교역에서 새로운 밀월 관계에 접어든 러시아는 앞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평가절하해 왔고, 유엔의 제재 결의 과정마다 북한을 비호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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