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1088일만에 7이닝 무실점 ‘반전’… 범가너와 쌍둥이 성적

LA 다저스 류현진이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힘껏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은 7이닝 5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부상 복귀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AP
 
31일 동갑내기 친구끼리의 한국인 메이저리거 투타 맞대결에서 류현진이 2회 황재균을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는 모습. AP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31일(한국시간) 열린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 다저스 선발로 나선 류현진(30)은 입지가 불안했다. 여전히 선발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데다 매 경기 들쭉날쭉한 투구를 했다. 설상가상으로 상대편 맞상대는 매디슨 범가너. 그는 포스트시즌에선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도 넘지 못하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좌완 투수다. 선발 무게는 범가너 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

하지만 기막힌 반전이 일어났다. 류현진이 마치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호투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압도했다. 7이닝 동안 5안타 1볼넷만 내주고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였으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의 변화구와 함께 완급 조절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요리했다. 총 85개의 투구 중 패스트볼이 34개, 체인지업이 28개, 컷패스트볼이 10개, 커브가 8개, 슬라이더가 5개였다. 이날 류현진은 우타자 바깥쪽을 공략할 때 사용한 체인지업을 좌타자에게도 던져 효과를 봤다.

류현진은 특히 2015년 5월 어깨 수술을 받은 후 처음으로 장타(2루타 이상)를 내주지 않았다. 병살타 3개를 유도하는 등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도 보여줬다. 평균자책점은 4.17에서 3.83으로 크게 낮췄다. 류현진은 부상 후 2년여 만에 가장 좋은 피칭을 펼쳤고 올 시즌 15번째 선발 등판 만에 처음 무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해 7이닝을 무실점으로 던진 것은 2014년 8월 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이후 1088일 만이다.

류현진과 범가너는 똑같이 0-0으로 맞선 7회를 끝내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범가너의 기록도 류현진과 똑같았다. 7이닝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이었다. 경기는 연장 11회 접전 끝에 다저스가 3대 2로 이겼다.

경기 후 외신은 류현진의 투구를 극찬했다. 지역매체 디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는 “류현진이 최근 3년 중 최고의 피칭을 했다”고 평가했다. MLB닷컴은 “류현진과 범가너가 나란히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했다”고 보도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빼어난 피칭을 했고, 경기를 지배했다”고 흡족해 했다. 류현진은 이날 호투로 커쇼와 브랜든 맥카시가 부상으로 빠져있는 다저스의 선발진 내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팬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가 된 동갑내기 한국인 메이저리거 황재균과의 투타 대결에서도 류현진은 완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황재균을 2회에 땅볼, 5회에는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반면 2타수 무안타에 그친 황재균의 타율은 0.159에서 0.152로 하락했다. 특히 8회 황재균 대신 대타로 나온 코너 길라스피가 솔로홈런까지 쳐 체면을 더 구겼다. 이로인해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황재균은 “류현진의 공이 너무 잘 들어왔고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다”며 “(빅리그에서 만난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는데 내가 못 쳐서 좀 아쉽다”라고 말했다. 류현진과 황재균은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에서 뛰던 2012년 9월 6일 이후 1789일 만에 만났다.

류현진은 경기를 마친 뒤 “선발 투수로서 몫을 다한 것 같아 좋았다”며 “무엇보다 팀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황재균과의 맞대결에 대해선 “체인지업 제구가 잘 돼서 황재균을 삼진으로 잡을 수 있었다”며 “친구와 미국에서 대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뜻 깊은 날”이라고 덧붙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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