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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성노예 겨우 탈출했지만 말문 닫아버린 16세 소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끌려가 3년 동안 성노예로 살다 최근 탈출한 이라크 소수민족 소녀의 처절한 이야기가 전쟁의 이면에 가려진 참상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26일(현지시간) 소개된 16세 야지디족 소녀 수하일라(사진)의 악몽 같은 체험은 여성들에게 전쟁은 ‘야만’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줬다.

이라크 북부 야지디족 마을에 살던 수하일라는 2014년 8월 마을로 들이닥친 IS대원에게 납치돼 IS의 거점도시 모술로 끌려갔다. 이곳에서 어린 소녀는 7명의 IS대원에게 윤간을 당하며 처참한 성노예의 삶을 강요받았다.

지난 9일 미군 주도의 국제동맹군 폭격으로 자신을 억류했던 IS대원들이 사망하자 수하일라는 폭격 이틀 만에 무너진 건물 더미를 헤치고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소녀는 자신과 함께 끌려온 야지디족 소녀가 폭격으로 숨지자 친구의 시신을 땅에 묻고 IS 점령지역을 벗어나 첫 번째 이라크 정부군 검문소까지 걸어갈 정도로 강인했다.

하지만 가족과 친척이 피난생활 중인 난민캠프에 도착했을 때 수하일라는 피붙이들을 부둥켜안고 울고 웃었지만, 몇 시간 만에 거의 말문을 닫았고 무의식 상태와도 같은 수면상태에 빠져들었다.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해 영양실조 증세도 나타났다. 거의 탈출 2주 만에 간신히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된 수하일라는 “아프다”는 말과 함께 “돌아와서 기쁘다”는 말을 힘겹게 속삭였다.

1000여명의 강간 피해자를 치료한 야지디족 산부인과 의사 나함 나와자트 하산은 수하일라와 같은 경험을 한 여성들의 상태에 대해 “극도로 지쳐 거의 무의식 상태가 되며, 심각한 쇼크와 심리적 혼란이 온다”고 NYT에 설명했다.

후세인 카이디 이라크 정부 납치자구조국 국장도 “피해 여성들이 탈출한 이후 끝 모를 수면상태에 빠지는 모습은 이들이 받은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시켜 준다”면서 “피해여성 90% 이상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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