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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광물 욕심에 아프간 눈독 들이는 트럼프



아프가니스탄 내 군대 주둔에 회의적이던 미국이 다시 아프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 퇴치를 명목으로 군대를 보냈던 미국이 ‘척박한 땅’이 품고 있는 어마어마한 광물자원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희소성과 경제성에서도 매력적인 아프간의 지하자원으로 인해 향후 미국의 아프간 전략도 큰 틀의 변화가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막대한 광물자원의 존재는 9·11 테러로 촉발된 ‘테러와의 전쟁’ 이후 16년을 끌어온 미국의 아프간 전쟁에 새로운 ‘명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불모의 땅’으로만 여겨졌던 아프간에서 최소 1조 달러(약 1115조원) 가치의 광물 매장층이 발견됐다는 보고서가 나온 건 2010년이었다. 당시의 추정치는 양귀비 재배가 고작이던 아프간의 경제 구조를 근원적으로 바꿔놓을 만한 규모였다. 미 국방부와 지질학자들은 리튬과 금, 철광석, 구리, 코발트 등의 광물 매장층을 아프간 서부지역을 비롯한 남·동부의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확인했다. 당시 미국은 “아프간이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수도 있다”고까지 내다봤다.

그 이후에도 중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희토류(稀土類)가 상당량 매장된 사실도 확인됐다. 희토류는 각종 첨단 제품을 비롯해 미사일 등 군수품 재료로도 필수적인 희귀 광물이다.

이런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의 최근 전화 통화에서도 최대 화제는 광물자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니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로는 자국 내 광물의 급속한 개발에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태도를 바꿔 광물자원의 매력을 미 정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기까지 했다.

이에 추가적인 아프간 군사 개입에 회의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프간이 천명한 ‘광업 진흥 계획’은 미군의 주둔 연장과 증원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빌미가 되고 있다. 탈레반이 장악한 헬만드주(州)가 광물자원의 주요 매장지라는 사실도 미국의 아프간 주둔 연장의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미 아프간의 자원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미국 내 광물회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만간 아프간에 특사를 파견해 현지 관료·전문가들과 자원 개발을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이 아프간 광물을 탐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아프간의 광물자원 분포를 지도로 만들기 위해 실측 항공조사까지 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아프간의 광업을 일으키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킨 바 있다.

그러나 미 행정부의 전직 관료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승자(victor)의 전리품(spoils)’이란 생각으로 아프간 자원 개발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까지 미 국무부 아프간·파키스탄 특별대표로 근무했던 로렐 밀러는 NYT에 “자원 개발의 잠재력을 군사적 개입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위험할 것”이라며 “자원 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아프간에서 미국의 진정한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미국이 개입하면 아프간 광업이 창출한 부가 아프간 국민들에게 흘러들어가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려 지역 안정에 필수적인 경제 부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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