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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자국 선명한 얼굴로 한표 행사한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들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뇌종양 진단을 받고 투병 중 건강보험 안건 표결을 위해 의회에 복귀한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붉은색 원 안)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AP뉴시스


매케인 눈 주변에 수술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다. AP뉴시스


미국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81) 상원의원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최근 뇌종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그의 눈가에는 수술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매케인은 공화당의 운명이 걸린 한 표를 행사한 뒤 “이 의무는 내 생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매케인의 의사일정 복귀 소식에 “용감한 영웅이 돌아왔다”며 반색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상원은 25일(현지시간) 의원 100명 전원이 출석한 가운데 건강보험 안건의 토론 개시 여부를 표결했다. 찬성과 반대가 각각 50표씩 동률인 상황에서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보트를 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찬성표를 던져 가까스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ACA) 폐지와 트럼프케어(미국보건법·AHCA) 도입을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됐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매케인의 찬성표가 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 14일 혈전 제거 수술 도중 뇌종양 진단을 받고 지역구인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이날 표결을 위해 의회에 복귀한 매케인은 동료 의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안 좋아 보이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매케인은 상원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초당파적인 자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금 상원은 다른 어느 때보다 더 당파적이다. 부족(tribes)에 가깝다”며 “서로를 믿자.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자”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수많은 이슈에 있어 시간을 낭비했다”며 “미국의 성공을 위해 상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매케인은 건강보험 안건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문을 걸어 잠근 채 법안을 만들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낸 의원들을 무작정 설득하려 들었다. 법안에 대한 의구심을 남겨둔 채 억지로 봉합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연설을 마친 매케인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의원들은 줄지어 서서 그를 껴안았다. 공화당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무소속 버니 샌더스 의원은 매케인을 얼싸안고 ‘왈츠’를 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돌아와 줘서 고맙다”며 “이제 모든 미국인을 위한 위대한 건강보험법을 표결할 수 있게 됐다”고 썼다.

공화당은 트럼프케어 처리에는 실패했다. 이날 밤 상원은 오바마케어의 주요 내용을 삭제하고 공화당 안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트럼프케어 수정안 ‘더 나은 건강보험조정법(BCRA)’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43표, 반대 57표로 부결됐다. 린지 그레이엄 등 공화당 의원 9명은 수정안이 오바마케어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 의원 전원(48명)도 수정안에 반대했다. 공화당은 새로운 타협안을 도출, 이르면 이번 주말 표결에 부칠 방침이지만 상원 통과를 위한 60표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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