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국립 예술단체 ‘통합’ 이번엔 성공할까

예술의전당과 국립 예술단체의 통합 필요성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재인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시 한번 통합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술의전당 전경 위로 작은 사진은 국립오페라단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왼쪽)와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예술의전당·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 제공


대관 중심의 예술의전당과 국립 예술단체들이 통합돼 제작 중심의 국립오페라극장으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까.

그동안 예술의전당과 국립 예술단체의 통합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엔 상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국립 예술단체 가운데 국립오페라단을 우선적으로 예술의전당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가 오페라계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도종환 문체부 장관의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예술의전당과 국립오페라단 등 산하 예술단체의 운영 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등 통합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공연계에서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립 예술단체들은 전용극장이 없다보니 장기 계획은커녕 연간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공연장 대관 날짜도 1년도 채 남겨두지 않고 결정되는 실정이다. 오페라의 경우 2∼3년 전부터 아티스트의 스케줄이 결정되는 국제 오페라계에서 예술감독 선임의 연속성도 없는데다 연간 단위로 계획을 정하는 한국의 국립오페라단이 제대로 일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은 지난 2011년과 2014년 두 차례 국립오페라단 단장직을 제안받았지만 ‘시스템 부재’를 이유로 거절하기도 했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랑스 파리오페라극장,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등 해외 주요 오페라극장은 극장 산하에 오페라단 발레단 합창단 오케스트라가 소속돼 있는 형태가 많다. 문체부도 지난 2013년 국립오페라단의 예술의전당 편입을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나머지 단체들도 통합하는 것이 맞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문화정책이 부재하던 시기에 단체와 공연장이 만들어지면서 공연 생태계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1988년 개관한 예술의전당의 경우 전두환 정권이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에 내세울 만한 문화시설로서 만들어졌다. 콘서트홀 공연장 전시실 등을 갖춘 복합문화예술센터로서 런던 바비칸센터를 벤치마킹했다. 바비칸센터의 경우 자체 기획 공연과 대관 공연으로 운영되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상주단체로 들어와 있다.

하지만 예술의전당의 운영은 초기 계획과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등 3개 단체가 99년 정부의 국립 예술단체 경영 효율화 정책에 따라 국립극장 소속에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한데 이어 2000년 예술의전당 상주단체로 사무실을 옮겨온 것이다. 그나마 재단법인 독립 후 예산이 대폭 증가한 덕분에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은 예술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단체와 공연장 사이의 유기적 관계가 이뤄지지 못해 발전이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 이에 따라 개관 초기의 제작 능력을 잃고 대관을 주로 하게 된 예술의전당과의 통합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현실적으로 새로운 국립오페라극장을 짓는 것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만큼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술의전당의 경우 시설 운영비가 대부분인 연간 예산 500억원 가운데 20% 정도만 국고 지원을 받기 때문에 나머지는 대관 주차장 부대사업 등으로 충당하면서 공공성을 잃은 상업시설이 됐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국립 예술단체 관계자는 “2013년처럼 일방적인 편입이 아니라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통합이 맞다고 본다”면서 “다만 문체부 역시 국립오페라하우스에 걸맞은 예산 지원 등에 대해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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