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박현동] 존 매케인과 엄지척 국회의원



지금 미국은 팔순의 노(老)정객 존 매케인에 푹 빠져 있다. 그가 지난 14일 뇌종양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이를 극복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찬사가 넘쳐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은 투사다. 아내 멜라니아와 함께 쾌유를 기도한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우리의 영웅이며, 투사다. 암, 넌 상대를 잘못 골랐어’라며 힘을 보탰다. 허프포스트(허핑턴포스트의 새 이름)도 지난 20일 최근 일주일 동안 언론의 헤드라인에 가장 자주 장식한 인물이 매케인이라고 전했다.

그가 25일 국회에 출석했다. 수술한 지 11일째다. 왼쪽 눈 위엔 수술 자국이 선명했다. 오바마케어 대체법안 등 주요 안건에 대해 투표하기 위해서였다. 동료 의원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의 표정은 자신감으로 넘쳤다. 목소리는 단호했다. 전쟁 영웅인 그는 원칙과 인격의 아이콘이다. 베트남 전쟁 포로가 됐던 매케인은 자신을 풀어주겠다는 적의 제안을 거부했다. 자신보다 먼저 포로가 된 사람보다 앞서 풀려나는 건 원칙에 맞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할아버지는 2차대전에, 아버지와 자신은 베트남 전쟁에, 아들은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 옳은 일이라면 소신을 굽히지 않아 매버릭(이단아)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과도 종종 충돌했다. 그는 저서 ‘인격이 운명이다(Character is Destiny)’에서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다만, 인격을 믿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비슷한 시기 우리 정치권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문재인정부가 추경예산 통과에 사활을 걸었음에도 여당 의원 26명은 투표 당일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몇몇 의원은 한 많은 삶을 살다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 상가에서 엄지척 사진을 찍은 뒤 자랑이라고 SNS에 올렸다. 인격이 헌신짝이 된 건 오래다. 지방의원들도 배웠는지 수해로 난리가 났는데도 외유성 출장을 버젓이 갔다. 굳이 이름은 거론하지 않으련다.

박현동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