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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준동] 돌아온 박태환



박태환에게 2015년과 지난해는 악몽과 같은 나날이었다. 2015년 1월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며 수영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세계수영연맹(FINA)은 18개월의 자격정지를 내렸다. 대국민 사과로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은 곱지 않았다. 징계 기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수영장에서조차 운동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징계가 해제된 이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다시 물살을 갈랐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기준기록을 통과했다.

하지만 시련은 계속됐다. 대한체육회는 FINA의 징계를 이유로 박태환의 국가대표 선발을 거부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부터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는 협박과 회유까지 받았다.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 끝에야 간신히 리우행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리우올림픽에서 받아든 결과는 참담했다. 전 종목 예선 탈락. 몸과 마음이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당연했다. 세간의 시선은 싸늘했다. ‘박태환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그렇지만 박태환은 좌절하지 않았다. 신산(辛酸)의 시간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했다. 지난해 12월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잇단 금빛 질주로 부활을 알렸다. 그리고 앳된 소년으로 출전한 2007년 세계대회에서 아시아인의 한계를 넘어 당당히 1위에 오른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올해 다시 정상을 노크하고 있다. 무대는 6년 만에 출전한 롱코스(50m) 세계대회다. 수영선수로 치면 환갑이 넘는 나이인 스물아홉 살에 말이다. 결선에 오른 선수들 중 최고령이지만 정상급 선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400m에서 아쉽게 4위에 그쳤지만 200m에서 메달에 재도전한다. 여러 상처를 딛고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마린보이’의 역영(力泳)에 박수를 보낸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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