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 ‘참사’ 면한 스피스, 우승 입맞춤

조던 스피스가 23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마지막 라운드 13번 홀에서 러프에 빠진 공을 찾고 있다.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스피스는 한 벌타를 먹는 대신 공을 홀과 직선거리 뒤쪽으로 얼마든지 뺄 수 있다는 룰을 생각해 내 성공을 거두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AP뉴시스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골프에는 선수가 공을 칠 수 없는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할 경우 벌타를 먹고 다시 어디에서 공을 칠지 결정하는 규칙이 있다. 미국의 조던 스피스가 이 규칙과 캐디의 조언을 잘 활용해 ‘마지막 라운드 징크스’를 깨고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 우승컵 ‘클라레 저그’를 들어 올렸다.

묘책으로 위기 돌파한 13번홀

스피스는 지난해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 마지막 라운드에서 참사를 당했다. 전반 9홀까지 5타 차 선두를 달렸지만 10, 11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한 뒤 12번홀(파3)에서 두 번이나 공을 물에 빠뜨리며 쿼드러플 보기(4오버파)를 범해 순식간에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이후 스피스는 잘 치다가도 최종일 무너지는 ‘마지막 라운드 징크스’에 시달렸다. 23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파70·7156야드)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징크스에 우는 듯했다. 중간합계 11언더파로 매트 쿠차(미국)에게 3타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했지만 1, 3, 4번 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범하며 쿠차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한 것이다.

결국 13번홀(파4)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스피스의 티샷은 슬라이스가 돼 오른쪽으로 크게 휘었고, 결국 질긴 러프로 들어갔다. 최소 더블보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스피스는 고심 끝에 러프에 빠진 공을 치지 않고 1벌타를 먹는 대신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했다. 그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다시 티샷을 치는 것과 두 클럽 이내로 공을 떨어트려 치는 것, 그리고 홀과 공이 있던 곳을 연결해 뒤에서 치는 것이었다.

이 순간 스피스는 묘책을 생각해냈다. 바로 세 번째 옵션을 선택할 경우 공을 홀과 직선거리 뒤쪽으로 얼마든지 뺄 수 있다는 룰을 기억한 것이다. 스피스는 13번 홀 오른쪽의 큰 언덕을 넘어 골프용품을 수리하는 투어 밴이 있는 곳에서 공을 드롭하겠다고 했다. 스피스는 여기서 또다시 구제를 받았다. 투어 밴이 일시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이라는 판정을 받아 평지에 공을 드롭했다. 세 번째 샷을 때릴 때는 캐디 마이클 그렐러의 충고를 충실히 따랐다. 스피스가 공을 치는 장소는 그린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스피스는 그린까지 거리가 270야드 정도인 것으로 착각하고 3번 우드를 꺼내 들었다. 그때 그렐러가 230야드 정도라며 3번 아이언을 쓸 것을 권유했다. 결국 공은 그린 근처에 안전하게 떨어졌고, 절체절명의 위기를 보기로 선방했다. 스피스는 “그렐러가 어떤 클럽으로 쳐야 할지 아주 단호하게 말했고, 이 모습은 나에게 자신감을 줬다. 그가 옳았다”고 말했다.

스피스는 비록 13번 홀에서 쿠차에게 선두를 내줬지만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곧바로 다음 홀에서 10m 거리의 버디를 낚는 등 4개 홀에서 무려 5타를 줄였다. 결국 스피스는 최종합계 12언더파로 2위 쿠차에 3타 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오는 27일이면 만 24세가 되는 스피스는 1963년 잭 니클라우스(23세 6개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메이저 3승을 수확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또 내달 열리는 PGA챔피언십 트로피만 수집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김인경, LPGA 투어 시즌 2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선 김인경이 최종합계 21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달 4일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인경은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전날까지 2위에 머물렀던 김인경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는 뒷심을 발휘하며 2위 렉시 톰슨(미국)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한국 태극 낭자군단은 올해 LPGA 투어 20개 대회 중 10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위력을 뽐냈다. 전날 공동 3위였던 ‘메이저 퀸’ 박성현은 마지막 날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13언더파 271타로 공동 6위에 머물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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