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석·박사급 인사들이 즐비하다. 교수와 의사, 연구원과 공무원들도 넘쳐난다. 구약학 교수를 제외한 각 분야의 신학 전공 교수들도 포진해 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대전 늘사랑교회(정승룡 목사)가 지닌 독특한 환경이다. 이른바 ‘엘리트’들이 차고 넘치는 목회 현장을 지키는 목회자의 심정은 어떨까.
“제가 이런 분들에게 지식적으로 더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었다면 사역을 지금까지 이어오지 못했을 겁니다. 물론 설교에도 가르침(교육)의 요소가 있지만 한마디로 설교는 계시입니다.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공동체에 선포하고 흘려보내는 일이 설교자의 역할입니다. 따라서 설교자가 누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설교자를 통해 어떤 말씀이 선포되느냐가 더 중요한 거죠.”
19년째 담임목사로 늘사랑교회를 섬기고 있는 정승룡 목사는 ‘어떤 말씀을 선포하느냐’에 있어 명확한 답을 품고 있다. ‘예수 인생’ ‘예수 바보’, 다시 말해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를 따르는 삶을 살게 하고 예수만 바라보도록 하는 말씀을 선포한다. 최근에는 ‘예수를 알아야 인생이 보인다’(국민북스)를 출간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대전 유성구 은구비로에 있는 교회 집무실에서 정 목사를 만났다.
-‘예수 인생’ ‘예수 바보’처럼 예수를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20여년 전 예수님의 설교 내용과 설교방법론을 연구하면서 깨달았어요. 예수님 설교의 핵심은 ‘하나님 나라’였습니다. 예수님이 공생애 기간 동안 전하신 처음과 마지막 설교 모두 하나님 나라를 전하는 메시지였어요. 이 깨달음이 깊은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고요. 그 전에는 예수 그리스도 대신 그저 훌륭한 선배 목회자들을 견본(見本) 삼아 목회를 해왔다면 그 후로는 원본(原本)인 예수 그리스도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목회자로서 ‘원본인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야 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믿음, 사역이 곧 원본이라 할 수 있지요. 이를 위해 목회자는 성도들로 하여금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바라볼 수 있게끔 인도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아닌 목회자 자신을 본받게 하거나 따르도록 해선 안 되는 것이죠. 오직 예수님만 모방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원본을 따르는 목회자의 임무죠.”
-설교학을 전공한 목회자로서 한국교회 강단에서 이뤄지는 복음 선포의 특징을 꼽는다면.
“어느 순간 말씀 자체가 희석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될 때가 있어요. 말씀보다는 이런 저런 프로그램 위주가 되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설교의 본질(계시)과 기능(삶의 변화)이 회복돼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강단에서 예수님 사역의 핵심인 하나님 나라 선포가 바르게 이뤄져야 합니다.”
-예수만 바라보는 설교를 통해 교회 공동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하다.
“교회에 부임할 때 ‘부목사의 마음으로 섬기겠다’는 목회 철학을 밝힌 적이 있어요. 즉 이 교회를 책임지는 담임 목회자로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겠다는 의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오케스트라의 총지휘자라면 저는 제1바이올린 연주자 정도라고 할까요. 이 같은 목회 철학은 ‘내가 없어도 목회가 되도록’ 만들어 줍니다. 다시 말해 성도들로 하여금 교역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예수님만 바라보며 그분의 부르심에 집중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교회 부임 이래 줄곧 큐티(QT) 설교로 주일 말씀을 전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매일 새벽 온 성도들이 함께 나누는 큐티 책자의 본문 가운데 일부를 선택해 주일에 설교합니다. 설교 내용이 전 성도가 묵상한 말씀 가운데 한 부분이기 때문에 청중들의 공감대가 클 수밖에 없죠. 또한 목사 마음대로, 목사가 하고 싶은 대로 설교를 할 수 없는 시스템이 마련됩니다. 큐티 설교는 대략 5년에 한차례 성경 전체를 묵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생명의 양식을 균형감 있게 흡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최근 출간한 저서 ‘예수를 알아야 인생이 보인다’의 메시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마다 상처와 고통, 아픔이 있을지라도 예수를 만날 때 고쳐지고 치유될 수 있다, 절망 가운데 소망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동시에 피조물인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 아래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목회자들마다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마음이 각별한 것 같다.
“한국교회와 사회의 모습 속에서 후기 기독교 사회로 넘어가는 징조들이 보입니다. 교회에 대한 사회의 비난과 공격이 거세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럴 때일수록 교회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기본은 바른 예수와 바른 복음입니다. 하나님 주권으로 친히 우리를 통치한다는 믿음을 굳건히 붙들어야 합니다. 세상의 소망은 교회임을 깨닫고 교회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해야 합니다.”
정승룡 목사=1963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고려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대전 침례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MDiv) 과정을 밟던 중 유학을 떠났다. 미국 남침례교 서남침례신학대학원(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석사 및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대전 늘사랑교회 담임 목사로 시무 중이다. 기독교한국침례회 해외선교회 이사와 코스타(KOSTA)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창립 30주년 맞은 늘사랑교회
건강하고 선한 영향력 품은 ‘선교적 교회’ 지향
‘건강한 교회 영향력 있는 교회’.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대전 늘사랑교회가 지향하는 가치다. 정승룡 목사는 “성경에 등장하는 데살로니가 교회(살전 1)를 묵상하면서 얻은 모토”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회는 내적으로 건강한 믿음의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선교와 사회복지 사역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지역사회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긍휼 사역은 물론이고 교회 문턱을 낮춰 이웃에게 복음을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봄·가을 이웃 주민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테마 예배’가 대표적이다. 7년 전부터는 기독대안학교인 ‘늘사랑기독학교’를 내실 있게 운영하고 있다.
늘사랑교회 창립 이래 배출된 선교사는 20가정에 육박한다. 정 목사 부임 후에만 18가정에 달한다. 정 목사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 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를 통해 세워진 현지 교회 공동체가 44곳에 이르며, 공동체 회원들만 1750여명에 달한다”면서 “청장년 출석성도 1명이 열방 교회 성도 1명씩 세운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늘사랑교회는 젊은 교회다. 출석 성도 2500여명 가운데 10∼40대가 72%를 차지한다. 청장년 중 최다 연령층은 40대로 34.5%에 달한다. 교회 청년부는 재정을 비롯해 각종 프로그램 등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교회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정 목사는 “그동안 소그룹 사역과 타문화 선교에 역점을 뒀다면 이제는 모든 성도가 각자의 처소에서 선교사적 삶을 살아가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