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슈퍼리치 증세’ vs ‘포퓰리즘 증세’… 여야, 증세 ‘프레임’ 전쟁



‘증세 프레임 전쟁’이 시작됐다. 여권은 기존의 ‘부자 증세’에서 ‘상위 0.08% 슈퍼리치 증세’로 대상을 보다 세분화하며 프레임 선점에 돌입했다. 서민이나 일반 국민에게 부과하는 세금이 아니라는 점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프레임이다. 타깃 최소화로 정책 지지층을 두텁게 하고, 저항세력은 분산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노무현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도입이 ‘세금폭탄’ 프레임으로 오도된 경험도 반면교사로 작용하고 있다. 야권은 문재인정부 증세를 ‘포퓰리즘 증세’로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정부가 포퓰리즘적 퍼주기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겨냥한 표적 증세를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끝내자마자 곧바로 증세를 위한 여론전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서민 증세는 안 된다. 초대기업, 초고소득자 등에 (세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발의된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을 검토해 상임위별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당은 증세 대상 초대기업은 0.019%, 초고소득자는 0.08%라는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다. 증세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과 거부감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여권의 잰걸음은 어젠다 선점 목적도 크다. 불평등 심화에 따른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불만 여론과 당청 지지율 고공행진 상황 등을 감안해 지금이 증세 드라이브를 걸 적기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야권이 ‘부자 증세’ 프레임에 노골적인 반기를 들기 어려운 점을 파고든 셈이다.

야권은 입장이 엇갈린다. 자유한국당은 “무리한 대선공약 달성을 위해 증세를 추진하고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려 한다”며 “이런 식의 증세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판했다. ‘퍼주기 공약’을 먼저 손봐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가 과도하게 확대한 복지정책을 정밀 분석해 대응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증세 논쟁에 뛰어드는 대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당은 “증세를 검토하더라도 재정 운영의 효율성과 우선순위를 종합적으로 살펴 최후의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부자 증세라는 말로 포장해 건강한 증세 논의를 왜곡하고, 비난과 반발을 적당히 피해가려는 행태”라며 “중부담·중복지를 향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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