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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심리까지 美 전역 생중계… ‘세기의 죄수’ O J 심슨 풀려난다

사진=AP뉴시스


전처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평결을 받았던 1970년대 미국 풋볼스타 O J 심슨(70·사진)이 강도·납치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 지 9년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된다.

네바다주 가석방심의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심의위원 4명 만장일치로 심슨의 가석방을 확정했다. 심슨은 오는 10월 1일 네바다주 러브록 교정센터에서 풀려난다.

ABC와 NBC, CNN 등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가석방 심리 과정을 생중계로 보도했다. 심슨은 가석방 결정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모든 이에게 감사드린다”면서 딸 아넬 심슨(49) 등을 껴안고 감격스러워했다.

심슨은 최후진술에서 “지난 9년간 너무 많은 생일과 졸업식을 놓쳤다. 난 그저 가족과 친구들의 곁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넬은 “아버지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버팀목이다. 집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심슨은 가석방되면 플로리다에서 머물 것이라고 했다.

심슨은 1970년대 최고의 러닝백으로 명성을 날린 미식축구 슈퍼스타였다. 워낙 인기가 높아 비시즌엔 배우로 TV나 영화에 출연했고, 나중에는 아예 영화사를 차리고 자신이 직접 주연한 영화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대학교 2학년 때 결혼해 3명의 아이를 뒀는데 셋째 딸이 집 수영장에서 숨지자 충격으로 이혼했다. 이후 백인인 니콜 브라운을 만나 아이 둘을 낳았으나 그와도 1992년 이혼한다. 94년에는 니콜과 그의 애인 론 골드먼을 살해한 범인으로 체포됐다. 이는 미국 형사재판사에서 가장 유명한 케이스로 기록된 ‘O J 심슨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그의 혈흔이 묻은 장갑 등 여러 증거를 제시하며 유죄 입증에 주력했으나 심슨은 거물 변호사를 동원해 무죄 평결을 끌어냈다. 이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았다. 그러나 민사재판에선 니콜의 유가족에게 총 3350만 달러(약 370억원)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았다. 결국 빈털터리가 된 심슨은 2007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강도짓을 하다 검거돼 이듬해 33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출소하면 미국프로풋볼(NFL)에서 나오는 연금과 기념품 판매 수익금 등으로 생계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갚지 못한 민사 배상금 때문에 파산 신청을 할 수도 있어 고난이 계속될 전망이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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