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믿었던 비디오판독 마저 ‘오심’… 홈런 도둑맞고 승리도 날아가

20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3회말 롯데 손아섭의 타구가 홈런 기준이 되는 노란스펀지 부분에 닿고 있는 모습(붉은 선). 비디오판독관은 홈런임에도 2루타로 번복하는 오심을 저질렀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20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전. 롯데 손아섭은 팀이 1-4로 뒤진 3회말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심판은 홈런을 선언했으나 삼성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중계 화면상 손아섭이 때려낸 공은 홈런의 기준인 펜스 위 노란스펀지 윗부분을 맞았고 뒤에 있던 철조망까지 닿은 뒤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명백한 홈런이었다. 그런데 비디오판독 결과 홈런이 2루타로 번복됐다.

판독관이 노란스펀지 부분이 아닌 철조망을 홈런 기준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타 구장과 달리 문수구장은 펜스 위에 노란스펀지와 그 뒤 철조망의 이중 구조로 돼 있는데 이런 특성을 몰랐던 것이다. 오심을 막기 위한 비디오판독이 되레 오심을 키워낸 것이다. 롯데는 이날 연장 12회 혈투 끝에 4대 4 무승부를 기록한터여서 손아섭의 홈런 오심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부터 판정의 정확성을 위해 미국프로야구(MLB)식 비디오판독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하고 비디오판독 센터까지 설치했다.

하지만 오심은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NC 다이노스-KIA 타이거스전에서는 7회초 홈플레이트 접전 상황에서 NC 주자 나성범을 KIA 포수 김민식이 먼저 태그했지만 비디오판독을 통해 세이프 판정이 유지됐다.

이처럼 비디오판독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KBO가 제도 도입에만 급급했을 뿐 이를 위한 장비 및 인력 확충에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10개의 영상을 판독관 3명과 엔지니어 3명 등 6명이 본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12개 영상을 20∼30명이 보면서 판독을 해 오심 가능성을 최소화 한다. 또 손아섭 홈런 건처럼 판독 인력이 구장의 특성을 놓치지 않을 정도의 전문성 향상 교육도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O는 손아섭 홈런에 대해 잘못된 판정을 내린 김호인 비디오판독 센터장에게 21일부터 경기일 기준 10일 출장 정지의 제재를 내렸다. 해당 판독에 참여한 2명의 판독관에게도 각각 5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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