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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정진영] 국민간식 치킨의 일탈



1970년대 국내에 처음 알려진 ‘치킨(fried chicken)’은 닭고기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통닭(whole chicken)’이 아니라 부위별로 나눠 바삭하게 튀기거나 다양한 소스가 발린 치킨의 맛은 신세계였다. 닭찜과 백숙, 삼계탕 아니면 전기구이 통닭이 전부였던 시절 치킨의 바삭함과 고소한 육질은 단박 입맛을 사로잡았다.

77년 7월 림스치킨은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에 문을 열었다. 국내 프랜차이즈 1호였다. 대한민국 프랜차이즈산업이 치킨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기가 짐작된다. 치킨은 80년대 돌풍을 일으켰다. 식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TV 광고를 했다. 최양락의 ‘페리카나’, 김한국·김미화의 ‘처갓집 양념통닭’은 인기 CF였다. 84년에는 서울 종로에 외국 외식 대기업 최초로 KFC가 문을 열었다. 프로스프츠와 88올림픽 열기를 타던 치킨은 ‘치맥(치킨과 맥주)’ 현상까지 겹치면서 국민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작년 말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392개, 가맹점은 2만4678곳이다. 전체 프랜차이즈 업종 가운데 편의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지난해 도축된 닭은 9억9251만 마리, 1인당 연간 20마리 정도를 소비할 만큼 엄청났다.

국민들의 치킨 사랑은 단순히 먹거리 이상이었다.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사람을 일컫는 ‘느님’이란 조어에 ‘유느님(유재석)’, ‘연느님(김연아)’과 함께 ‘치느님’이 꼽혔다.

근래 치킨업계의 일탈이 도를 넘었다. 변칙증여로 뭇매를 맞은 시장점유율 1위 BBQ는 오너 회사를 통해 가맹점에 올리브유를 팔면서 ‘통행세’를 물리는 등 폭리를 취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성추행 혐의를 받는 최호식 회장의 호식이두마리치킨은 대표이사를 교체했지만 경영 혁신은커녕 프랜차이즈협회로부터 제명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내 최대 육계업체인 하림은 공정거래위원회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 1호가 됐다. 농림부 감시와 국세청 세무 검증도 피하기 어렵다.

치킨업계는 혁신적 경영기법보다 가맹점을 압박해 돈을 모으고, 변칙적인 부의 대물림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의 과분한 사랑을 외면한 대가는 엄정한 제재뿐이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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