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고쳐지는 ‘제왕적 감독’… 안으로 곪는 체육계 폭력



충남 A대학교 야구부 B감독의 선수 폭행 장면(국민일보 2017년 7월 20일자 8면 참조)은 지난해 1월 해외 전지훈련 중 촬영된 것으로 19개월이 다 돼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체육계 폭행은 고질처럼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감독과 선수·학부모간 갑과 을의 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해결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육계 폭행 사건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폭력 관련 신고 및 상담 건수는 2011년 100건, 2012년 122건, 2013년 135건, 2014년 151건, 2015년 180건, 2016년 186건으로 증가세다. 올해에만 인천 목포 군산 옥천 등 전국 각지에서 운동부 내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소수, 엘리트 위주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체육계 문화가 이 같은 문제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A대학 야구부 폭행 사건은 곧바로 공론화됐더라면 B감독은 바로 감독직을 그만둬야 할 사안이었다. 지난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원 스크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선수나 지도자가 폭력을 행사하면 무조건 자격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적발이 쉽지 않다. A대 사건을 접수 받은 체육회 스포츠 비리센터 관계자는 18일 “올해 접수 받은 신고가 A대 사례 빼고 1건 뿐”이라며 “문제가 불거지면 외부에 신고하기보다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설사 폭로된다고 해도 진상규명이 쉽지 않은 점도 문제다. 어렵사리 조사에 착수하더라도 감독이나 코치에 밉보여 불이익이 돌아올 것을 우려해 당사자들이 입을 닫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또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축소되고 처벌 자체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A대학 관계자는 B감독에게 경위서를 쓰게 하고, 한 번 더 재발할 경우 경질하겠다는 조치를 취했다고 19일 밝혔지만 이전 잘못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또 한동안 잠잠하던 B감독의 폭언은 다시 점점 심해졌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운동부 폭력 문제의 원인을 수직적 구조 등 한국 체육계의 특수성에 있다고 지적한다. 김두현 한국체대 교수는 “운동부내 폭언·폭행은 일종의 ‘교육방식’ 중 하나로 관행적으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감독과 코치에게 선발권 등이 있어서 선수와 학부모들이 부당한 일을 당해도 쉬쉬하는 경우가 잦다”며 “특히 초중고는 선수 장래와 직결되는 입시 문제가 얽혀 있어 더 민감하다”고 전했다.

집단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왜곡된 집단주의도 문제다. A대학 야구부 선수들은 실제로 감독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고 있어도 해당 문제가 공론화되면 체육회로부터 팀에 불이익이 내려질 것을 우려해 폭로를 자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A대학 야구부 폭력사건 폭로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제보자 색출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체육계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선 내부 자정 효과보다 외부 기관의 사전 예방 교육과 사후 철저한 개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내부에 문제 해결을 맡기면 사안이 은폐·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일단 스포츠 인권 교육이 반드시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선행돼야 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체부와 교육부가 상호 협력해 강력한 사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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