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엔 어머니의 ‘코드’가 없다”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유족이 진위 논란을 빚고 있는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주장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63·사진)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쓴 ‘천경자 코드’(맥스미디어)다. 책에는 김 교수가 클리프 키에포 미국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자신의 남편인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와 공동으로 미인도가 위작임을 분석한 내용이 실렸다.

김 교수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천경자 코드’ 출간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작품들과 미인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작품을 설명할 때 필요한 ‘천경자 코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인도에는 어머니의 다른 작품에 있는 ‘코드’가 없다”며 “진실이 거짓에 파묻히고 말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책에 담긴 이른바 ‘천경자 코드’는 ‘홍채’ ‘입술’ ‘인중’ ‘숟가락’ ‘스케치 선’ 등 5개다. 김 교수는 천 화백의 다른 그림에는 인물화 속 홍채에 칼로 판 것 같은 흔적이 남아 있지만 미인도의 홍채는 텅 비어 있다고 했다. 입술을 그린 방법도 다르고, 여타 작품에는 제대로 표현하지 않은 인중이 미인도에만 존재한다는 점도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근거라고 했다.

그는 “다른 작품엔 그림의 특정 부위를 숟가락으로 비비고 문지른 흔적이 있는데 미인도엔 없다”며 “날카로운 스케치 선이 확인된 경우도 미인도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1991년 3월 벌인 전국 순회 전시 ‘움직이는 미술관’에 이 작품이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천 화백은 실물을 직접 확인한 뒤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밝혔다. 논란은 20년 넘게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발표했으나 유족은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소장품 특별전 ‘균열’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전시되고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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