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비하·체포에 살해까지… 갈길 먼 여성 인권

무슬림 남자친구 사귀고 이슬람 개종 뜻 밝힌 딸, 기독교인 아버지가 살해


중고차 거래 광고에 신부 몸 상태 검사하는 시어머니 등장… 비난 폭주


팔·다리 드러낸 의상 입고 동영상 찍어 올린 모델, 당국에 체포돼 조사받아


■ 이스라엘 기독교 가정서 ‘명예살인’ 충격
이스라엘에서 기독교인 남성이 무슬림과 교제하며 이슬람교로 개종하겠다는 자신의 딸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중부 도시 람리에 거주하는 사미 카라(58·아래 사진)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딸 헨리에타 카라(17·)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남성은 딸이 무슬림 남성과 사귀는 것을 반대해 왔고 이로 인해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녀는 아랍계 이스라엘인으로 숨진 딸은 지난 5월 말 아버지의 협박을 피해 집을 나와 남자친구의 집에서 지냈다. 이후 아버지는 남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손찌검을 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 참다못한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했고, 딸은 부모와 함께 사회복지사와 상담한 뒤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아버지는 지난달 12일에는 딸의 고교 졸업을 축하하는 가족 파티까지 여는 등 불화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졸업 파티 하루 뒤 딸은 알려지지 않은 사유로 잠시 유치장에 수감된 남자친구에게 영치금을 보낸 뒤 가족 중 한 명에게 이슬람교로 개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알게 된 아버지는 극도로 흥분해 흉기를 들었고, 집안 내 종교 갈등은 아버지가 딸을 숨지게 하는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중동 지역에서는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장이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소위 ‘명예살인’이 여전히 횡행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 중국서 아우디의 여혐 광고 논란
중국에서 여성을 중고차에 비유하는 여성 차별적 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과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는 독일 자동차 회사 아우디 광고에는 시어머니가 결혼식 진행을 막고 신부의 입을 벌려 들여다보고(사진), 코와 귀를 잡고 검사하는 모습이 나온다. 마치 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 같다. 시어머니가 신부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OK’ 사인을 내자 신랑 신부는 안도한다. 그때 시어머니의 시선이 신부의 가슴을 향하고 눈이 커지면서 빨간색 아우디 차가 등장한다. “중요한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 뒤 아우디의 중고차 판매 홈페이지로 연결되면서 광고는 끝을 맺는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역겹다” “여성 차별적 쓰레기다”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불매 운동을 벌일 조짐이다. 한 네티즌은 SNS 웨이보에 “광고 중단과 아우디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이런 광고가 처음 아이디어가 나올 때부터 실제 방영되기까지 작업에 관여한 여성이 한 사람도 없었단 말이냐”며 자체 스크린 기능의 부재를 질타했다.

중국에서 여성 비하성 광고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항저우의 한 대학은 남학생 지원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미녀’ 대학생 모델을 내세워 비난을 받았다. 2012년 미국의 초콜릿 브랜드 스니커즈는 지친 여성이 초콜릿 바를 먹은 뒤 에너지 넘치는 남성으로 변하는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 사우디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 체포
미니스커트와 배꼽티를 입고 사우디아라비아 유적과 사막을 활보하는 동영상(사진)으로 논란을 일으킨 여성이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AP통신은 18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주 경찰이 동영상 속 여성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외설적인 옷차림으로 동영상에 나온 여성을 검거했다”며 “동영상의 배경인 유적지에 남성 보호자와 함께 갔다고 자백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스냅챗에 게시된 동영상에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이 수도 리야드 북쪽 나즈드주의 역사적인 요새 우샤이거 마을을 걷는 모습이 나온다. 나즈드주는 사우디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지역이며 이슬람 원리주의 사상인 와하비즘이 탄생한 곳이다.

보수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에서 여성은 외출할 때 검은색 망토 모양의 옷인 아바야를 입고 검은 히잡으로 머리와 얼굴을 가려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은 불법이다. 이런 행위를 상습적으로 하면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동영상이 인기를 끌자 SNS에선 ‘쿨루드’라고 불리는 이 여성 모델을 체포해야 한다는 주장과 옷을 자유롭게 입는 것은 결코 범죄가 될 수 없다는 반론이 이어졌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활동가 사라 윗슨은 “사우디는 여성의 삶을 방해하는 가부장적이고 차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사회를 개조하고 여성의 권리를 증진하겠다는 사우디의 계획은 당국이 여성들의 옷에 집착하는 한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