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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화제] 2차대전 때 사라진 부부, 알프스 빙하 녹으며 발견

75년 전 실종된 스위스 부부의 시신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남부 알프스 빙하 속에서 발견됐다. 시신 발견 장소에 있던 옷가지와 구두, 병 등이 선명하게 보인다. 왼쪽 작은 사진은 부부의 생전 모습. AP뉴시스, RTS


75년 전 실종된 스위스 부부의 시신이 남부 알프스 빙하 속에서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세이던 부부의 막내딸은 그새 79세 노인이 됐다. 막내딸 마르셀린 우드리 뒤물랭은 현지 매체에 “언젠가 장례식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부모를 찾는 데 평생을 보냈다”며 “75년 기다린 끝에 마음이 편해졌다”고 밝혔다.

그동안 발견되지 않던 시신은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조금씩 녹아내리면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시신은 인근 스키업체 직원이 지난 14일 해발 2615m 빙하에서 발견했다. 직원은 “남성과 여성으로 보이는 시신이 나란히 누워 있었고 2차대전 무렵 옷을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빙하 속에 있어서 그런지 시신뿐 아니라 가방, 신발 등 소지품도 완벽히 보존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뒤물랭의 아버지는 당시 40세로 신발 만드는 일을 했고 어머니는 37세로 교사였다. 아들 5명과 딸 2명을 뒀다. 부부는 1942년 8월 15일 목장으로 가축을 돌보러 나갔다 실종됐다. 이후 구조대가 두 달여 수색했지만 허사였다. 뒤물랭은 “어머니가 오랫동안 임신해 와서 아버지와 산행을 간 것은 처음이었다”며 “부모가 실종된 뒤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연락이 끊어진 채 남으로 살았다”고 회고했다.

막내딸은 75년 만에 부모의 장례식을 치를 계획이다. 뒤물랭은 “장례식에는 검은색이 아닌 흰옷을 입으려고 한다”며 “흰색이 내가 결코 놓지 않았던 희망을 더욱 잘 나타내는 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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