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7530원…난 알바 뛰니 좋지만, 자영업 부모님 어쩌나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5·여)씨는 이번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마냥 반기지 못했다. 취업 준비를 하며 생활비를 버는 김씨에게는 잘된 일이지만 편의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에게는 부담스러운 소식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부모님께서 걱정이 커 최저임금 인상을 좋아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딜레마를 겪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주 17시간 이하로 일하는 초단기근로자는 129만여명, 자영업자 인구는 지난해 기준 557만명에 달한다.

대학생 변모(21·여)씨는 2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알바 경력자다. 카페와 음식점에서 3개월씩 일하고 지금 다니는 빵집에서 1년 넘게 근무했지만 시급은 6470원(최저임금)이다. 그럼에도 변씨는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히 오르는 건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일하는 빵집이 장사가 잘 되지 않는데 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들 것 같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내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최저임금 최전선에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목소리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자영업자 부모님을 걱정하는 김씨와 일자리 감소를 고민하는 변씨는 이러한 변화의 한 단면이다. 이들은 임금 인상을 환영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할 소상공인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저임금 문제가 아르바이트생과 영세 자영업자 간 대결 구도로만 흘렀던 이전과 다른 풍경이다.

최저임금 인상분이 몇 백원 수준이던 기존에는 이 같은 논의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아르바이트생은 결정된 최저임금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영세 소상공인은 운영의 어려움을 주장하며 갈등만 계속됐다. ‘을(乙) 간의 대결구도’라는 씁쓸한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생산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하기 때문에 대부분 대기업에 돈이 들어가고 나머지를 아르바이트생과 프랜차이즈 대리점이 나누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번에는 미묘한 변화가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1000원 이상 대폭 상승하면서 아르바이트생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공감을 표했다. 정부에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직간접적으로 덜어주는 대책을 낸 것도 한몫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해온 알바노조는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논평을 통해 “이 문제가 단순히 최저임금만을 올리는 문제가 아니었음을 전 국민이 알게 됐다”며 “대기업의 골목상권 점령, 솟구치는 임대료, 프랜차이즈 갑질, 카드 수수료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아쉬움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시급 7000원을 받고 있는 카페 아르바이트생 양모(21·여)씨는 “물가상승률에 비해 임금이 오르는 속도는 더딘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성남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58) 또한 “임금이 오른다고 하니 당장 내년이 걱정되긴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문제에서도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김동규 대협국장은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깎아 사장의 이익을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본사의 횡포, 임대료 인상을 막는 방법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맹점주의 경우 아래로는 갑, 위에선 을인 이중적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이들이 갑일 때의 문제만 해결됐다고 본다”며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대로 개선해 나가되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도 국회와 공정위에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임주언 이재연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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