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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도 아베와 달랐다…“나치에 부역한 역사 인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앞줄 오른쪽 두 번째)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네 번째)가 16일(현지시간) 파리의 벨디브 사건 75주년 추모식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벨디브 사건은 1942년 프랑스 비시정권에 의해 1만3000여명의 유대인이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감돼 집단학살된 사건이다. 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옆에 두고 프랑스가 나치와 협력했다고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를 비롯해 잘못된 과거를 부인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대비된다.

프랑스24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파리의 벨디브 사건 75주년 추모식에서 “벨디브 사건은 프랑스 경찰이 나치와 협력한 결과”라며 “독일인은 1명도 직접적으로 연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오의 메시지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벨디브 사건은 2차대전 당시인 1942년 7월 프랑스 경찰이 유대인 1만3000여명을 체포해 파리 외곽의 벨디브 사이클 경기장에 가뒀다가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이감한 일이다. 이감자 대부분은 집단학살을 당해 생존자가 100명 이하였다. 특히 어린이가 4000명 이상이었지만 단 1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을 향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프랑스 극우정당은 1940∼1944년 프랑스 남부를 통치한 친독일 성향의 비시정권이 프랑스를 대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저지른 일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마크롱 대통령과 결선투표에서 맞붙은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도 벨디브 사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비시정권이 무에서 탄생해 무로 돌아갔다 본다면 매우 편한 발상이지만, 그건 거짓이며 거짓 위에 자부심을 세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대통령이 과거 정부가 나치에 부역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건 처음이 아니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1995년 프랑스가 나치의 만행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벨디브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시라크 전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올해와 2002년 각각 르펜과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 전 후보 등 극우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반유대주의 정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5년 1월 파리의 유대인 슈퍼마켓이 공격받아 유대인 4명이 숨졌다. 이 사건 뒤 네타냐후 총리는 프랑스를 방문해 유대인들에게 파리를 떠나 이스라엘로 이주하라고 촉구했다. 그 결과 2015년 프랑스 거주 유대인 60만명 중 약 8000명이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지난해에는 약 5000명이 프랑스를 떠났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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