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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이틀 만에 화장 후 바다에 뿌려진 류샤오보

최근 숨진 중국의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오른쪽 두 번째)가 15일 랴오닝성 다롄시 앞바다에서 류샤오보의 유해가 수장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병보석 중 지난 13일 숨진 류샤오보는 중국 당국에 의해 일사천리로 장례가 치러져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AP뉴시스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가 사망 이틀 만인 15일 화장돼 바다에 뿌려졌다. 중국 당국의 속전속결식 유해 처리는 국제사회의 중국 인권 논란과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랴오닝성 선양의 한 장례식장에서 부인 류샤를 비롯한 가족이 보는 가운데 장례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선양시 당국은 류샤오보가 화장돼 류샤가 유골함을 건네받았다고 밝혔다.

류샤오보의 형 류샤오광은 “동생의 유해는 바다에 뿌려졌다”고 전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가족들이 시신의 냉동 보관을 요청했지만 화장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샤오보의 시신이 냉동 보관되거나 매장될 경우 국내외의 중국 민주화 여론이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미망인 류샤의 해외 이주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선양시 관계자는 “류샤의 합법적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면서도 해외 이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류샤오보 흔적 지우기에 전력하고 있다. 주요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 류샤오보와 관련한 정보는 모두 차단됐다. 특히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서는 ‘류샤오보’와 ‘류샤’가 포함된 문장의 전송이 금지됐다. 류샤오보 사망 뒤 처음 열린 지난 14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 질의응답 기록에서도 류샤오보와 관련한 질문들만 삭제됐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5일 사설을 통해 “류샤오보는 국가전복선동죄를 저지른 범죄자이고 피해망상적이고 무지하며 오만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류샤오보는 병상에서도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담아 류샤의 사진집에 쓸 서문을 남겼다. 홍콩 돤미디어는 류샤의 친구로 출판사 편집자인 G씨가 최근 류샤오보가 작성한 류샤의 사진집 ‘류샤오보와 동행하는 방법’의 서문 원고 사진을 넘겨받았다고 보도했다. 류샤오보는 류샤에 대한 사랑을 “얼음처럼 격렬한 사랑, 검정처럼 아득한 사랑”으로 표현했다. 류샤오보는 글을 마치지 못한 채 G씨에게 “며칠 뒤 기운을 차리면 이 일(서문 작성)을 마치겠다”는 메모를 남겼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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