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으로 음악을 보고, 음악으로 건축을 들어 보세요”

지난 1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앞에 선 피아니스트 조은아(왼쪽) 교수와 건축가 황두진씨. 이들은 “건축과 음악의 만남을 통해 많은 사람이 클래식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1926년 미완성 상태로 문을 연 서울대성당. 대한성공회 제공


“건축과 음악은 공통점이 많아요.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건축을 통해 음악을 보고, 음악을 통해 건축을 듣는 특별한 경험을 맛보세요.”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과 대한성공회가 18일 공동주최하는 ‘2017 퇴근길 토크콘서트I-음악과 건축의 동행’의 길잡이는 건축가 황두진(54)씨와 피아니스트 조은아(43) 경희대 교수다. 서울시향의 연주와 함께 두 사람의 해설이 펼쳐진다. 이들은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글 잘 쓰고 말 잘 한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한옥과 현대건축을 접목한 작업으로 유명한 황씨는 ‘무지개떡 건축’ 등 자신의 건축철학을 담은 책을 여러 권 출판했다. 조 교수는 건반 위의 문장가로 불릴 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숱한 칼럼을 써 왔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만난 조 교수는 “음악 애호가이면서 서울대성당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깊은 황 건축가님을 만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 관련 음악을 들려주는 것 이외도 객석을 독특하게 배치하거나 스크린으로 설계도 등을 보여주는 등 재미있는 시도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정동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나는 이 건물은 한국건축사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조선에 파견된 영국성공회 선교단의 제3대 마크 트롤로프 주교가 주도한 교회 건축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시 영국 유명 건축가 아더 딕슨의 설계로 1922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1926년 미완성인 상태로 헌당된다. 70년이 지난 후 한국 건축가 김원이 영국에서 원 설계도를 구해 ‘큰 십자가형’(로마네스크)인 지금의 모습을 완성시켰다.

황씨는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은 한국 근현대 힘든 시간을 품고 우리에게 좋은 모습으로 남아있는 특별한 건물이다. 확고한 기독교적 신념을 가졌던 영국인이 씨앗을 뿌린 뒤 한국인이 원래의 의도를 존중해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헨델의 대관식 찬가 중 ‘제사장 사독’과 수상(水上) 음악 중 ‘알라 혼파이프’, 칼 젠킨스의 ‘팔라디오’, 바흐의 ‘음악의 헌정’ 중 캐논,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눈물의 날), 이건용의 ‘혼자 사랑’ 등 건축과 인연이 있는 작품들이 연주된다. 서울시향 단원 외에 황씨의 아내인 하프시코드 연주자 고현주, 성공회 신자인 가수 알리도 함께한다. 서울시향은 앞으로도 서울에서 역사성 있는 건축물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과 건축의 동행’을 선보일 계획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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