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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태현] 호날두 가족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레알 마드리드)는 실력만큼 인성도 최고다. 그는 2015년 미국 비영리기관 두섬싱(Dosomething.org)이 발표한 ‘기부를 가장 많이 한 스포츠 선수’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보너스(약 8억원)와 유로 2016 우승 보너스(약 3억5000만원) 등을 공익 단체와 재단에 쾌척했다. 또 그는 국제 아동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호날두가 올바른 품성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는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애정이 충만한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결혼해 가정을 꾸려 아이들을 얻는 대신 대리모를 통해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2010년 7월 그는 아들을 얻었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아이의 엄마가 누구인지, 어떻게 낳았는지 등은 비밀에 부쳤다. 나중에야 그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호날두는 이번에도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 에바와 마테오를 얻었다.

호날두는 결혼과 임신, 출산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가족 만들기의 공식을 깼다. 이미 세상은 ‘호날두 가족’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프랑스에서는 1999년 동거 커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시민연대협약(PACS)’ 제도가 도입됐다. 또 결혼하지 않고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는 비혼 가정도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변해가는 가족 형태에 대한 논의가 최근들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미혼모, 동거노인, 장애인 공동체, 1인 가구 등도 가족의 형태로 인정하고 법적으로 보호하는 ‘동반자등록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호날두는 그의 삶을 다룬 한 다큐에서 “세상에는 엄마나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 많다. 크리스티아닝유(큰아들의 별명)에게는 좋은 아빠와 할머니가 있고, 우리 가족이 잘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있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또 엄마나 아빠 중 한쪽이 없다고 해서 아이가 비뚤어지는 것도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가족의 형태가 어떠하든지 간에 아이가 ‘사랑고파병(病)’에 걸리지 않아야 바르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많이 늘어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김태현 차장,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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